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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수첩] 보완수사요구로 놓친 토착비리…檢 보완수사로 ‘귀어대출 사기’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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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7. 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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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치 계좌 뒤져 '페이백' 범행 밝혀내
주범 어촌계장 구속 등 14명 법정 세워
영덕지청 백승봉 검사
대구지검 영덕지청 백승봉 검사(사진 오른쪽)과 허원준 수사관(사진 왼쪽). /정민훈 기자
"보완수사 요구만으로 끝낼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대구지검 영덕지청 백승봉 검사(34·변호사시험 11회)가 맡은 사건은 이미 한 차례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졌던 사건이었다. 울진해양경찰서는 허위 어구 매매계약서를 이용해 귀어창업 대출금 1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3명을 송치했고, 전임 검사는 단순한 허위 매매계약 사건이 아니라 추가 범행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를 모두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이 사건은 백 검사에게 넘어왔다. 기록은 끝나 있었지만,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백 검사는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이 사건은 정부가 귀어·귀촌 활성화를 위해 최대 3억원의 창업자금 등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지원사업을 악용해 대출금을 편취한 사건이었다. 백 검사는 이 기록에서 돈의 흐름에 집중했다. 정부의 자금이 누구를 거쳐 어디로 흘러갔는지 확인하지 않고서는 사건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에 다시 한번 보완을 '요구'하는 대신 수사에 '직접' 나선 것이다.

검찰은 포항시와 영덕군, 울진군을 상대로 최근 5년간 귀어창업 지원 내역을 전수 확보한 후 대출 명단과 계좌, 어선원부를 하나씩 맞춰 나갔다. 검찰은 자료 분석 과정에서 귀어창업 대출을 받았지만 실제 어업에 종사하지 않은 사례를 확인했다. 사건의 결정적인 전환점은 귀어창업자들의 진술이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 사람을 지목했다. "어촌계장 정모씨가 연결해줬습니다."

검찰은 지역 어촌계장이자 어선 중개업자인 정씨가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노후 어선을 헐값에 사들인 뒤 외관을 손보고 높은 가격에 되팔았고, 여기에 실제 객관적인 감정가액의 평가가 곤란한 어업허가를 (매도인 신분을 숨기고) 스스로 감정까지 해 가면서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어구업자들은 허위 견적서와 계약서를 만들어 대출 심사 서류를 맞췄고, 귀어창업자들은 이들의 말에 따라 대출을 신청했다.

검찰은 정씨의 이른바 '페이백' 방식이 범행의 핵심이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실제보다 높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대출을 실행한 뒤 일부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귀어창업자는 당장 사용할 돈을 손에 쥐고, 정씨는 부풀려진 선박 가격 만큼 차익을 남기는 구조였다.

실제 검찰은 모두 9척의 선박 거래에서 어선·어업허가·어구 구입 명목으로 실행된 귀어창업 대출금 11억3790만원이 허위 계약을 통해 편취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의 마지막 퍼즐은 정씨의 신병 확보였다.

올해 1월 출석을 약속했던 그는 돌연 잠적했다. 이후 자신을 향해 수사망이 좁혀오자 4월 자수서 제출과 함께 출석했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밝혔으나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정씨는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비롯해 계좌, 카드도 사용하지 않았다. 차량은 다른 사람 명의의 렌터카였고 생활 역시 차명으로 이어졌다. 범행 과정에서도 자녀와 직원 명의 계좌를 이용했던 만큼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데 익숙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정씨의 행방을 쫓고자 주변 인물들을 샅샅이 들여다봤다. 그러다 정씨와 그의 지인이 통화하는 정황을 포착했고, 통신 내역을 따라 이동 경로를 좁혀 두 달여 만에 정씨를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정씨 검거 작전에 참여한 허원준 수사관(41)은 "정씨가 자신의 명의로 카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의 지인이 정씨와 전화통화하는 모습을 본 게 검거까지 이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체포가 끝이 아니었다. 법원은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도주 우려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백 검사는 다시 기록을 정리했다. 출석 약속을 두 차례 어기고 잠적한 과정, 차명 생활을 이어간 정황, 수사 상황을 주변을 통해 파악하며 움직인 흔적 등을 기록에 보완했다.

재청구 끝에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이어진 여죄 수사에서는 추가 범행이 잇따라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5월 12일 사기 등 혐의로 정씨를 구속 기소하고, 어구업자와 귀어창업자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백 검사는 이번 사건을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형성된 신뢰와 인맥, 정부 제도의 허점을 동시에 이용한 '토착형 범죄'라고 설명했다. 실제 귀어를 꿈꾸던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이름이 알려진 중개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고, 일부는 지자체 문의 과정에서 그를 소개받기도 했다.

아울러 백 검사는 "공소장에 다 담지 못한 악랄함이 있었다"고 했다. 백 검사는 "정씨는 본인이 스스로 '귀어 마스터'라고 자칭하면서 귀어창업자들을 유인한 부분이 있다"며 "귀어창업자들은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 잘 모르니 정씨에게 전적으로 의존했으며, 이러한 상황을 정씨가 교묘히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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