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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의 에이전틱 이코노미⑯] 카나리아를 되살릴 수 있는가-청년 정책의 재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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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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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최근 필자가 몸담았던 대학의 교수들에게서 심심찮게 전화가 온다. 제자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부탁 전화를 걸어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굴지의 대기업이 유망한 학생을 입도선매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너무 다른 세상이 됐다. 2026년 5월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그 한 달 사이에 청년 취업자 25만 5천 명의 자리가 사라졌다.

◇ 갱도 밖으로 밀려난 세대
시리즈 ⑨편에서 우리는 갱도의 카나리아를 보았다. 유독가스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새처럼, AI 시대의 노동시장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자리는 신입 자리다. 22살에서 25살 사이의 청년들이 개발자·카피라이터·회계사·마케터의 신입 자리에서 먼저 밀려나고 있다.

이제는 카나리아 개체가 밀려나는 것을 넘어, 카나리아 세대 전체가 갱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2025년 대기업 정규직 신입 공고는 전년 대비 43% 급감했다. 2026년 상반기 민간 채용 플랫폼에서 신입만 채용하는 공고는 전체의 2.6%에 불과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2026년 2~3분기 기업들의 채용계획 인원(46만 명)이 부족인원(46만 7천 명)을 밑돌았다.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업들이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새 사람은 뽑지 않는 이상한 균형이 시작됐다.

◇ 한국 특유의 문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AI가 청년만 골라 밀어내는 것은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6년 2월 이슈 분석에서 지적한 것처럼, AI 충격이 청년에 집중되는 이유는 한국 노동시장의 관행 때문이다. 기존 근로자의 고용은 유지하면서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관행이 AI가 만든 감축 압력을 청년에게 집중시킨 것이다.

즉, 세계 어디에서나 AI가 노동을 재편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 충격이 특히 청년에게 몰린다. 정규직 보호와 정년 연장이라는 이전 세대의 성취가, 이번 세대의 첫 자리를 지운다는 역설이다. 시리즈 ⑫편에서 우리가 진단한 "자기 팔다리를 먹어치우는 자본주의"의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엔 자본이 아니라 세대가 세대를 먹어치우는 모양새다.

◇ 1933년의 청년 정책
1933년,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취임 100일 안에 세운 프로그램 중 하나가 민간자원보존단(CCC, Civilian Conservation Corps)이었다. 18~25세 실업 청년 300만 명을 9년간 국유림과 도로 건설 현장에 보내 일하게 했다. 이 정책은 대공황 시대의 청년 실업에 대한 정면 대응이었고, 실제로 통했다. 다만 이 정책의 전제는 하나였다. "다음 공장이 열릴 것이다." 청년을 국유림에 잠시 보내는 이유는 그 사이에 경제가 회복되고 그들이 돌아갈 자리가 다시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켜졌다. 9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구와 한국의 청년 정책은 그 믿음의 후예다. 취업 지원, 직업 훈련, 청년 뉴딜 - 모두 "다음 자리를 준비시키는" 처방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다음 공장은 열리지 않는다. AI 에이전트와 지능형 로봇이 그 공장의 일을 통째로 이관받고 있다. 청년을 훈련시켜서 돌려보낼 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 카나리아를 다음 자본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대에게 무엇을 건네야 하는가.

지난 회에서 우리가 그린 처방이 답이다. 실업수당의 목적을 "다음 노동으로 돌아가는 표"에서 "새 자본가가 되는 창업 자본"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이 명제는 특히 청년에게 절실하다. 청년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노동에 매달릴 관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AI 도구를 익히는 데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다.

청년 창업 자본의 구체적 모습은 이렇게 그릴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첫 2~3년간의 생계 지원, AI 도구 사용료, 클라우드 컴퓨팅 크레딧, 그리고 창업 단계별 초기 자본을 결합한 패키지. 조건은 재취업 준비가 아니라 창업 계획의 진행이다. 국가가 청년 세대 전체를 대상으로 벤처캐피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창업이 모든 청년의 답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정책은 창업을 예외로 두고 있다. 창업을 원칙으로, 재취업 훈련을 예외로 뒤집을 필요가 있다. IBM은 2026년 초 신입 채용을 세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코딩처럼 AI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의 비중을 줄이고 고객 응대와 복합 문제해결 중심으로 신입 직무를 재설계했다. 즉, 어떤 기업은 신입 자리를 다시 발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이런 기업은 소수다. 시장이 청년 자리를 다시 발명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청년 세대를 새 자본가로 세우는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 이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카나리아를 다시 갱도로 돌려보낼 것인가, 다음 세대 자본가로 세울 것인가.

첫 번째 선택은 이전 90년의 처방을 반복하는 것이다. 취업 지원, 직업 훈련, 인턴십 확대. 이 처방들은 다음 공장이 열릴 때만 통했다. 오늘 그 공장은 열리지 않는다.

두 번째 선택은 이 세대에게 다른 사다리를 건네는 것이다. 노동자로 돌아가는 사다리가 아니라, AI를 고용한 새로운 형태의 자본가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사다리다. 이 선택은 어렵고 비용이 크며 성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을 다시 발명하는 유일한 길이다.

25만 5,000명을 위한 없어진 일자리는 아마도 결코 돌아오지 않는 숫자일 수 있다. 청년들을 돌려보낼 자리가 없다면, 그들을 서게 할 새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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