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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없다고 면죄부 안 돼”…안양 지하철 화재가 남긴 구조적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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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엄명수 기자

승인 : 2026. 07. 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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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자체 진화 시도로 인명사고 키울 뻔
화재
지난 11일 오전 7시 11분께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비산사거리 앞 월곶~판교 복선전철 6공구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서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엄명수 기자
도심 한복판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시공사가 이를 인지하고도 소방당국에 즉각 신고하지 않은 채 자체 진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안양시 재난안전상황실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7시 11분께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비산사거리 앞 월곶~판교 복선전철 6공구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지하 공사현장에 있던 작업자 등 21명이 연기를 피해 자력으로 긴급 대피했다. 출근길 도심 한복판 지하 공사장에서 붉은 연기가 다량 피어오르면서 인근 주민들과 운전자들이 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7시 15분께 최초 신고를 접수한 뒤, 화재 확산 우려에 따라 21분 만인 오전 7시 32분께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현장에는 소방 80명, 경찰 15명 등 인력 98명과 장비 33대가 투입됐으며, 오전 8시 49분께 완진됐다. 화재는 공사현장 내부 방수시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초기 대응 과정에서 시공사의 대처였다. 안양시 관계자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화재 발생 상황을 최초 발견한 후 즉시 소방당국에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화재를 진화하려 했다"며 "이는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화재 인지 후 현장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초기 진화 조치를 취했으며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다"며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공사현장의 '초동 대처 미흡'을 두고 전문가들은 지하철 공사현장이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간과한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하 굴착 현장은 밀폐된 공간 특성상 가연성 자재가 조금만 타들어 가도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급격히 확산하는 데다, 용접 등 화기 작업이 상시 진행돼 고도의 화재 감시 체계와 즉각적인 소방 신고 핫라인이 상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 안팎에서는 매번 유사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행정당국과 대형 건설사들이 '특별 점검'과 '종합 대책'을 발표해 왔지만,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인명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시공사의 자의적인 초기 판단과 늑장 대처를 용인할 경우, 향후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설안전업계의 한 전문가는 "단순히 결과적으로 부상자가 없었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실제 작업 착수 전 안전점검이 규정대로 이뤄졌는지, 법정 화재감시자가 현장을 상시 마크하고 있었는지, 현장 내 임시 소방시설이 적정 기능 형태로 배치됐는지 등 원점에서의 철저한 감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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