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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54% “상법개정 후 법적리스크 커져”… 신규 투자·M&A 미루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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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6. 07. 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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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경영환경변화 300곳 조사
기업 84% 이사회 운영방식 개편 완료
경영판단 명문화 등 정책 지원 요구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개정 상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았다. 기업 현장에서는 법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신사업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 등 주요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상장사 300곳을 대상으로 '상법 개정 1년 경영환경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3.7%가 상법 개정 이후 주주대표소송 등 법적 분쟁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답했다.

이 같은 소송 공포는 경영 전략 수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사 기업 10곳 중 2곳(21.7%)은 상법 개정 후 법적 검토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신규 투자나 M&A 등이 지연·보류되거나 취소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사업 진출 및 M&A 등 신규 투자가 30.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자본 조달(18.5%), 임원 선임(16.9%), 자산 취득·처분 및 계열사 구조 변경(각 15.4%) 순으로 조사됐다.

차량용 부품 제조 중견기업 A사 관계자는 "다양한 시각에서 안건을 검토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속한 투자가 필요한 사안에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명문화돼야 이사들이 소신 있게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법 개정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최근 1년 새 세 차례나 연달아 단행되며 경영 현장에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7월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곧바로 효력을 발휘한 데 이어, 올해 7월 독립이사 비율 상향 조정, 9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및 집중투표제 도입이 순차적으로 맞물려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더해지면서 단기간에 지배구조 전반을 재편해야 하는 과제가 몰아쳤다는 평가다.

법적 책임이 강화되자 기업들의 이사회 운영도 크게 변했다. 전체 응답 기업의 84.3%가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방식을 개편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법무팀 사전 검토 절차 신설(47%), 외부 전문가 자문 확대(45.7%), 이사별 찬반 의견 기재 등 의사록 작성 강화(43.7%) 등을 도입했다.

운영 방식 변화에 대해 응답 기업의 39.6%는 책임성 제고와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꼽았다. 반면 22.4%는 규제 대응에 따른 비용 증가와 의사결정 속도 저하 등 경영 부담을 호소했다.

내년부터 차례로 시행되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와 독립이사 비율 확대 등에 대한 준비는 아직 현장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자주주총회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대상 기업은 16.0%에 불과하며, 독립이사 후보 선정에 난항을 겪는 기업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은 새로운 법 체계의 안착을 위해 정부의 정교한 지원을 주문했다. 기업들이 꼽은 최우선 정책 과제는 충실의무 가이드라인 구체화(37.3%)였으며,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20.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은락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지난 1년간 기업들은 이사회 정비에 힘써 왔다"며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더불어 실무 부담을 덜어주는 현장 밀착형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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