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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가계대출 총량에 가려진 ‘부채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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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6. 07. 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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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_아시아투데이 박서아
가계대출 총량을 잡겠다는 정책이 더 비싼 빚을 키우는 역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1금융권에서 생활자금이나 주택 잔금 부족분을 마련할 수 있었던 차주들이 2금융권 대출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흔히 나타나고 있어서다.

최근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는 총량을 얼마나 누르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당국의 관리 압박 속에 은행들은 신규 여신 심사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신용대출 한도와 마이너스통장 미사용 한도 축소,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모기지보험 중단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자금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는 이미 열려 있는 마이너스통장으로, 일부는 보험계약대출 등 비은행권 창구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잔액과 보험계약대출 증가세는 총량 규제가 차주의 자금 수요를 없애기보다 더 비싼 빚으로 이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현장에서는 실수요자의 부담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주택 매매 잔금일을 앞둔 한 차주는 집을 알아보던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시중은행 대출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1금융권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면서 금리가 0.5%포인트가량 높은 보험사 주택담보대출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비은행권 대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보험사·저축은행·상호금융은 은행권을 보완하는 제도권 금융으로, 차주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불과 몇 달 사이 기존에는 은행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상환능력 있는 실수요자들까지 더 높은 금리의 대출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괄적인 총량 제한에 묶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소비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2금융권마저도 최근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금융의 문턱이 전방위로 높아질수록 당장 자금이 필요한 취약 차주가 제도권 금융 안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가계부채를 잘못 관리하면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거시적 총량 관리는 필요하다. 실수요자 범위를 은행이 일일이 판단하기 쉽지 않고, 개별 사례만 앞세우다 보면 총량 관리의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출을 받을 능력이 있는 사람까지 일률적으로 막는 양적 규제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현실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가계부채 관리는 장부 위 숫자를 줄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차주의 소득 안정성, 미래소득, 담보물건, 대출 목적, 상환 구조를 더 정교하게 살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막힌 수요가 더 비싼 빚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위험한 대출과 필요한 대출을 가려내는 정교함이 가계대출 관리에 더해지길 바라본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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