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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중국 정치·산업 四季] 역대 가장 조용한 6.18, 출혈경쟁을 넘어 ‘공급망과 본질’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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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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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 (사)한중연합회 부회장 / (前)동국대 겸임교수
2026년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인 6.18은 과거의 왁자지껄했던 분위기와 달리 '역대 가장 조용한 6.18'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란한 마케팅과 밤을 새워가며 호객하던 라이브 방송의 거품이 걷힌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형 프로모션의 열기가 식었다고 우려하지만, 실물 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오히려 소비의 본질로 회귀하는 건강한 조정기라 할 수 있다. 단순한 트래픽 사냥과 출혈 경쟁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이익률 방어와 공급망 혁신, 그리고 기술의 실질적 융합을 다투는 깊은 차원의 암전(暗戰)이 막을 올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플랫폼들이 '소비자 피로도'를 직시하고 이성적으로 변모한 시장에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의 이커머스 대축제는 복잡한 사전 예약 판매와 수식 계산을 방불케 하는 할인 규칙으로 소비자들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더 이상 6.18이 '일 년에 한두 번뿐인 파격 할인'이라는 희소성을 주지 못하게 되면서, 플랫폼들은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징둥(JD)과 타오바오 등 주요 플랫폼들은 수년간 이어져 온 사전 예약 판매를 전격 취소하고, 즉각적인 현물 판매와 직관적인 할인을 내세웠다. 이는 불확실한 대기 시간 대신 '확실성'을 무기로 내세워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자구책이다.

이러한 이커머스 시장의 재편은 중국 실물 경제의 공급망 충격과 맞물려 더욱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6.18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표면적인 저가 경쟁 이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수익성 방어전이다. 최근 글로벌 메모리 칩(DRAM) 가격이 최대 90% 이상 폭등하며 부품 원가가 크게 상승하는 전례 없는 공급망 충격이 발생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사들은 마진 압박에 시달리며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을 줄이는 등 고전하고 있다. 반면, 애플(iPhone 17 Pro)과 화웨이는 오히려 주력 모델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이들은 대당 40% 이상의 높은 마진율과 자체적인 공급망 통제력을 굳건히 갖추고 있어 원가 상승분을 내부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압도적인 이익률을 무기로 삼아 마진이 박한 경쟁사들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는 '비대칭적 가격 전쟁'을 펼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트래픽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각 플랫폼 역시 맹목적인 동질화 경쟁을 탈피하고 각자의 뚜렷한 생존 공식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AI가 있지만,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타오바오는 알리바바의 대형 언어 모델 '쳰원'을 쇼핑 앱에 전면 이식하여 상품 추천부터 결제, 배송 조회까지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AI 쇼핑 환경을 구축했다. 반면 징둥은 전 밸류 체인에 AI를 내재화하되, 표면적인 마케팅보다는 물류 최적화와 공급망 효율 향상에 기술을 집중하며 '품질과 저가'라는 기본기에 충실하고 있다. 핀둬둬는 AI 서사 대신 하방 시장을 겨냥한 '극단적 가성비'를 고수하며, 더우인은 콘텐츠와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충동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대대적으로 선전되는 첨단 AI조차 소비자의 닫힌 지갑을 강제로 열게 하거나 구매 욕구 자체를 새롭게 창출할 수는 없으며, 소비 시장의 본질적 제약을 해결하는 만능 구명조끼가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현재 중국 디지털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는 화려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공급망의 근본적인 재편에서 일어나고 있다. 과거의 라이브 방송이 거대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한 단순 판매 채널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실시간 피드백을 생산 라인에 즉각 반영하는 C2B(Consumer to Business) 기반의 '소량 다품종 주문 생산' 모델을 실현하는 창구로 진화했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며, 전통적인 재료 산지나 중소 공장들이 디지털 유통과 결합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핵심 원동력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6년의 조용한 6.18은 거품이 꺼지고 중국 산업이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건강한 시장 신호다. 맹목적인 트래픽 추종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출혈 경쟁이 끝나고, 이제는 탄탄한 공급망 관리, 압도적인 원가 및 이익률 통제력, 그리고 기술을 활용한 실질적 효율 극대화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고 있다. 중국 시장을 타기팅하는 한국 기업들 역시 이처럼 화려한 판매 포장의 시기를 지나 비즈니스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볼 때, 비로소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한 중국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영  [(사)한중연합회 부회장 / (前)동국대 겸임교수]

김동영 부회장은… 
1994년 중국 땅을 밟은 중국 유학 1세대로 칭화대학(淸華大學)을 졸업했다. 귀국 후 LG전자에서 21년간 근무하며 중화권(중국·대만·홍콩) 시장을 담당했고, 광저우(廣州) 주재원으로 파견되어 중국 내 판매와 공급망의 최전선을 온몸으로 겪었다. 현재 (사)한중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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