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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처럼 따라 쓴 혐오”…배재고 사태, 시민교육 빈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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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7. 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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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사회 분열이 학생에게도 투영…놀이처럼 소비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교사 개입할 제도적 보호 필요"…징계 넘어 시민교육·생활지도 체계 과제로
근조화환 놓인 배재고
7월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논란이 학생 징계를 넘어 학교 교육의 책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 선수 개인의 일탈로만 처리할 경우 온라인과 또래문화 속에서 확산한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을 학교가 다시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학생 징계 수위를 둘러싼 찬반을 넘어 학교가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역사적 비극을 조롱하는 말이 어떻게 청소년들 사이에서 응원 구호와 놀이처럼 소비됐는지, 학교가 이를 얼마나 가르치고 예방해왔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 성인들의 분열이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난 데 있다"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런 표현이 재미있어 보였고, 별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혐오 표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학교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청소년은 57%였고,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학생 중 상당수는 이를 재미나 농담으로 쓰거나 남들이 쓰기 때문에 따라 했다고 답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도 교사 38%가 '수업 중 학생이 역사를 왜곡하거나 혐오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행 민주시민교육이 교실 안의 실제 갈등 상황까지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가치나 민주주의 원칙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혐오 표현이나 역사 왜곡 발언이 나왔을 때 교사가 곧바로 개입해 문제를 짚을 수 있어야 하지만 정치 중립 논란이나 학부모 민원 부담 탓에 적극적인 지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제일고와의 경기에서 불거졌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들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쳤고, 해당 표현이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배재고에 몰수패와 협회 주관 대회 6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고, 배재고도 구호를 선창한 학생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승부 중심의 학교운동부 문화 속에서 상대를 조롱하는 응원 방식이 관행처럼 묵인돼 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학생 징계로만 마무리해서는 재발 방지가 어렵다고 본다. 징계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지만, 학생들이 어떤 표현이 왜 문제인지 이해하고 스스로 걸러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번 사안을 지역 혐오 문제로만 몰아가서는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며 "학생들이 편견과 차별, 혐오를 놀이처럼 소비하지 않도록 학교가 지속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가 정치 중립 논란이나 민원 부담 때문에 물러서지 않고, 교실과 운동부 현장에서 문제 표현에 바로 개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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