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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직원도, 사장도 ‘을’인 2026년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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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6. 06. 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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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구인난'이었다면 지금은 '생존'이다.

여러 경제지표들이 꼬꾸라지면서 직원뿐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들까지 버티기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한때 '을'은 직원의 몫이었다. 하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일상이 된 2026년, 사장들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을'이 되고 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이자 부담까지 오르면서 사장의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가격을 올리자니 거래처가 등을 돌릴까 두렵고, 운영 비용은 이미 줄일 만큼 줄였다.

최근 물가 흐름은 이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1% 오르며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물가 상승은 중소기업 사장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가 늘고, 원자재 가격이 뛰면 납품 원가가 올라간다.

환율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화가치가 1500원에 달하면 수입 원부자재를 쓰는 기업은 곧바로 비용 압박을 받는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 대출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이어지는 '3고(高)'가 한꺼번에 사장들의 손익계산서를 압박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비용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기업이나 원청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납품단가를 쉽게 올리지 못한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가격을 올리는 순간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이 따라붙는다. 결국 오른 비용의 상당 부분은 사장이 떠안는다.

과거 중소기업 사장은 직원에게 "조금만 더 참자"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사장은 은행과 원청, 임대인과 플랫폼, 소비자와 정부 규제 사이에서 스스로에게 말을 한다. "조금만 더 버티자"라고...

중소기업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건 거창한 특혜가 아니다. 환율이 출렁일 때 버틸 장치, 당장 숨통을 틔워줄 유동성, 기술 투자를 포기하지 않게 할 세제·금융 지원, 회생이 어려운 기업은 질서 있게 정리할 수 있는 구조조정 체계다. 이런 요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쌓였지만, 체감할 만한 변화는 더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요구는 결국 하나로 뭉쳐진다. 중소기업이 더 이상 개인의 인내만으로 버티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환율이 흔들리면 수출 중소기업이 먼저 휘청이고, 금리가 오르면 자금력이 약한 기업부터 숨이 막힌다. 환경규제가 강화돼도 대기업은 전담 조직으로 대응하지만 중소기업은 서류 하나, 인증 하나에도 대표와 직원이 직접 매달려야 한다. 인력난 역시 단순히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아니다. 임금 격차와 지역 격차,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교육·훈련 체계 부족이 함께 얽힌 구조적 한계다.

이처럼 직원도 '을'이고, 사장도 '을'이 되고 있는 2026년의 대한민국. 자칫 잘못되면 국가 전체가 '을'이 될 수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힘내"라는 위로가 아니다. 힘을 내게 만드는 정책뿐이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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