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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거세지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북극항로’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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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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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 물류학 박사
최근 세계 물류 지도가 요동치고 있다. 2021년 대만선사 에버그린사 에버 기분 호의 수에즈 운하 좌초 사고로 시작된 공급망 충격은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 운하의 통항 제한, 홍해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그리고 최근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까지 이어지며 전 세계 수출입 화주와 해운선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기존 간선 항로의 리스크가 상시화되면서, 이제 '북극항로(NSR)'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연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안 항로를 넘어 '기회의 바다'로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짧은 지름길이다. 부산항을 기점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유럽으로 갈 때 약 2만km를 40일간 운항하거나 희망봉 우회 시 50일~55일간 운항해야 한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거리와 시간을 약 3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이는 선박유 절감은 물론 탄소 배출 감소라는 친환경 추세와도 들어맞는다. 물론 북극항로가 당장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결빙 문제, 쇄빙선이나 아이스 클래스 선박(Arc7)을 이용하는 문제, 영하 20~30도에 이르는 극한의 기후, 얕은 수심과 불안정한 항로에 따른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항의 제약 등 기술적·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북극권의 실질적 통제권을 쥔 러시아와의 복잡한 역학 관계와 사고 시 구난·보험 문제 등은 글로벌 선사들이 북극항로 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러의 '빙상 실크로드' 공세와 한국의 포지셔닝
현 상황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다. 러시아는 2035년까지 약 45조 원을 투입해 쇄빙선 12척과 구조선 46척 및 항만 터미널 12개를 확충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중국 역시 스스로를 '준(準) 북극연안국'으로 규정하며 '빙상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북극권 자원 개발과 항로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리적으로 북극항로의 기종점(Origin-Destination)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갖췄다. 한반도 끝단에서 시작되는 항로는 일본을 거치지 않고 북방으로 직접 연결된다.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을 필두로 울산, 포항 등 국내 주요 항만들은 북극항로의 허브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팀 코리아'의 도전
북극항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지자체와 항만별로 중구난방식 예산과 조직을 투입하기보다, 각 항만의 입지 특성에 맞춰 벌크 화물, 에너지 자원, 컨테이너 등으로 역할을 특화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또한, 이는 단순한 해운업의 문제를 넘어선다. 극한지 항해를 위한 아이스 클래스 선박 및 친환경 엔진(LNG, 암모니아, 원자력 등) 건조 능력은 조선업에, 북극권 자원 조달은 석유화학 및 철강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대기업의 자본력과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전문 기술이 결합한 동반 진출 모델도 구축되어야 한다.

◇준비된 자만이 북극의 문을 연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술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수에즈와 파나마라는 양대 축이 흔들리는 지금, 제3의 항로를 확보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안보와 직결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개척한 아문센처럼, 우리도 창의적인 발상과 실행력으로 북극권을 선점해야 한다. 북극항로가 본격적인 상업화 궤도에 오르기 전,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이 해양영토의 확장과 글로벌 물류망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적기다. 기회는 리스크를 관리하며 도전하는 자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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