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1500원대 환율 어쩌나… 高주가만 볼 게 아니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2601000754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5. 27. 00:00

/연합
원화의 실질가치가 17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4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2020년=100) 지수는 85.0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79.31 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실효환율은 통화의 대외 구매력 지표로, 낮을수록 해당 통화의 실질가치가 낮다는 의미다. BIS가 발표하는 64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일본(65.7)뿐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달 들어서도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열흘 넘게 1500원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대거 주식을 판 것이 일차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스피가 다시 8000대를 탈환하며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환율 상승 배경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와 환전 수요를 지목하고 "주가가 안정되면 환율 상승이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와중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3고(高) 위기'를 두고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주장해 '국민배당금' 주장에 이어 또다시 논란을 사고 있다. 그는 25일 '성공의 비용'이란 제목의 글에서 환율 상승과 관련해 "외환위기 때와 같은 외화 부족 문제가 아니다. 막대한 평가차익을 일부 회수하는 과정에서 올 들어 누적 110조 원을 상회하는 전례 없는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났고, 그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올렸다"며 "한국 경제의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환전 수요가 크게 작용한 건 맞지만 이것만으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환율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그런데도 정부 핵심 인사가 이를 두고 '성공의 비용'이라고 규정한 것은 너무 긍정 일변도의 현실 인식이라고 할수 있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과거보다 훨씬 많고 반도체 수출 경쟁력도 살아있지만, 통화가치 급락을 '성공이 낳은 역설'로 설명하는 것은 국민 불안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조치다. 환율은 경제 체력에 대한 국제시장의 평가다. 한국 경제의 성장둔화, 가계부채 부담, 내수 침체, 지정학적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실질실효환율이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 17년 만에 최저라는 사실은 일시적 자금 흐름 이상이라기보다는 구조적 불안 신호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론이나 자기합리화는 정책 대응 능력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정부가 위험을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당장 겪는 고통을 '성공의 비용'이라고 포장한다면 고환율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입장에선 무책임한 인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