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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두나무 동맹’ 승부수… 디지털자산 주도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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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5. 17. 17:43

1조 규모 지분 인수… 4대 주주 올라
은행권 가상자산 기업 투자 최대 규모
스테이블코인·외환·자산관리 결합 전략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디지털자산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1조원을 투입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을 사들이며 단숨에 4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함영주 회장이 스테이블코인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직접 지목할 정도로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에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지분투자를 계기로 두나무와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다른 금융그룹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두나무 지분 투자를 통해 노리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디지털자산 생태계 핵심으로 꼽히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개척자)' 지위를 확고히 하고, 하나금융의 강점인 외환 역량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해외송금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펀드·연금·신탁 등 기존 자산관리 역량과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결합해, 자산관리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15일 계열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오는 6월 15일이다. 지분율로 따지면 6.55% 수준으로,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기업에 투자한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25.51%),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3.1%), 우리기술투자(7.2%)에 이어 두나무 4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이번 지분 투자는 하나금융과 두나무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나금융은 장기적인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존재감과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두나무 역시 대형 금융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 확장 기반과 시장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컸다. 또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합병을 앞두고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가 필요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두나무 지분 투자가 함영주 회장이 구상하는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 전략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앞서 지난해 11월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디지털자산 TF를 신설하며 사업 추진 체계를 구축했다. 이어 대기업과 다른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아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높은 디지털자산 기술력과 거래 인프라를 보유한 두나무와의 협업 강화는 시장 선점이란 하나금융의 구상을 실현할 핵심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이번 지분 투자와 함께 두나무와 전략적 MOU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부터 유통, 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외화송금 부문에서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부터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기술인 '기와(GIWA)체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파트너십을 맺고 무역결제 등 분야에서 실효성 검증에도 착수했다. 이르면 올해 3분기 기존 SWIFT 기반 외화송금의 한계를 보완한 새로운 송금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의 외환 서비스 경쟁력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력이 더해질 경우, 해외송금·무역결제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의 동맹은 향후 자산관리 시장으로도 확장된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와, 하나금융의 디지털 플랫폼을 연계해 디지털자산과 금융이 결합한 새로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자금세탁방지·고객확인의무 등 안전장치에 대한 공동연구를 이어온 만큼, 신뢰가 핵심인 자산관리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협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금융·가상자산 분리로 인해 금융그룹들의 디지털자산 진출이 쉽지 않았지만, (지분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셈"이라며 "특히 인수가 아닌 지분 투자라는 점에서 리스크 요인은 제한적인 반면,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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