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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 베팅이 부모 카드 결제로…청소년 사이버도박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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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6. 05. 15. 10:27

SNS·메신저·온라인 광고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 유입 증가
소액 베팅으로 시작해 대리입금·가족 명의 결제 등 2차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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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고등학생 A군은 최근 친구가 보내준 링크를 통해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히는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 처음 베팅한 금액은 5000원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 돈을 잃은 뒤 "이번엔 딸 수 있다"는 생각에 베팅 금액을 키웠고, 결국 부모 명의 카드까지 몰래 사용했다. A군은 "처음에는 도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잃은 돈을 다시 따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멈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SNS와 메신저를 타고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소액 놀이'처럼 시작된 도박은 대리입금, 가족 명의 결제, 중고거래 사기 등 2차 피해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적발과 차단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8일부터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조기 발견과 치유 연계에 나섰다. 하지만 청소년 스스로 신고해야 작동하는 사후 대책만으로는 은밀하게 번지는 온라인 도박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8월 말까지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교육부와 경찰청, 성평등가족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에서 열린 '제3회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주간' 기념행사에서 청소년 도박 공동대응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자진신고 제도는 2024년 대전경찰청을 시작으로 8개 시도경찰청에서 시범 운영됐다. 경찰은 이를 통해 사이버도박 청소년 512명을 발굴해 도박 치유프로그램에 연계했다. 3개월 내 재도박률은 0.8%(4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시범 운영 과정에서 효과가 확인된 만큼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상은 사이버도박 경험이 있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 또는 보호자다. 신고는 117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를 통해 접수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학교전담경찰관과 도박 치유 전문상담사가 상담과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중독 치유 전문기관으로 연계한다.

경찰은 자진신고 청소년에 대해 도박 사이트 입금액, 반성 태도, 치유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경찰서별 선도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훈방이나 즉결심판 청구 등 최대한 선처할 방침이다. 대리입금 등 불법사금융 피해를 입은 청소년에 대해서는 전국 8개 권역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방문을 연계해 금융당국의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사후 대응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진신고 제도는 청소년이 스스로 신고하거나 보호자가 문제를 인지해야 작동한다. 반면 실제 도박은 SNS와 메신저를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아이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길어도 게임을 하는 줄만 알았지 도박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SNS 광고나 친구가 보낸 링크를 통해 접근한다면 부모가 미리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진신고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도박에 노출되기 전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도 "처음에는 몇천 원 수준이라 아이들도 죄의식 없이 시작하는 것 같다"며 "돈을 잃은 뒤에는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고 대리입금이나 가족 명의 결제까지 손을 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단순 예방교육에 그치지 말고 실제 사례를 알려 아이들이 위험성을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청소년 상담기관 관계자는 "최근 청소년 도박은 불법 사이트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보다 SNS나 메신저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진신고와 상담 연계는 필요한 조치지만 이미 문제가 드러난 뒤 개입하는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과 학교의 조기 발견 체계뿐 아니라 불법 도박 광고와 사이트 접근 자체를 줄이는 선제 대응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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