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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용산국제업무지구, 주거 공급에 매몰되어 한국의 미래 비전을 잃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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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05. 11:15

권영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권영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대한민국과 서울은 현재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고, 서울은 10위권 내 글로벌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도시 간의 경쟁이 국가 간 경쟁을 압도하는 시대, 서울이 뉴욕 맨해튼, 런던 시티, 도쿄, 싱가포르 등 글로벌 도시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그에 걸맞은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가 필수적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퍼즐이자, 세계 5대 도시 도약을 위한 핵심 '키스톤(Keystone)'이다.

과거 철도 정비창 부지였던 이곳은 서울의 지리적 중심이자 한강과 맞닿은 천혜의 입지다. 이곳이 '국제업무'라는 이름을 내건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 자본과 인재, 기업이 모여드는 혁신의 용광로를 만들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의 주거 공급 확대 논란은 이러한 장기적 비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물론 서울의 주택난 해소는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모든 땅에는 입지에 맞는 소명이 있다. 용산은 부족한 주택 수요를 채우는 '베드타운'의 보조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이 부지는 IT, 금융, R&D 산업이 집적돼 시너지를 내는 경제 엔진이어야 한다. 당장의 공급 실적을 위해 주거 비중을 높인다면, 우리는 회복 불가능한 기회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첫째, 비즈니스 집적 이익이 훼손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용산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건물의 높이가 아니라, 유수 기업들이 밀집해 만드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주거 시설이 그 자리를 잠식하면 업무 기능의 응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미래 확장성 결여가 우려된다. 주거 단지로 조성된 땅을 다시 공공·업무 용도로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래에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을 찾을 때 내어줄 땅이 없다면, 우리는 100년 후의 먹거리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델은 명확하다. 주거는 업무를 지원하는 최소한의 직주혼합 형태여야 하며, 중심은 어디까지나 '국제 비즈니스'여야 한다. 지금은 근시안적 목표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오히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오픈AI, 구글,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리딩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어떻게 유치할지 고민해야 한다. 용산의 성패는 대한민국이 '변방의 추격자'로 남을지, '글로벌 트렌드 세터'로 거듭날지를 판가름할 척도가 될 것이다.

용산은 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이다. 주택 공급은 도심 재개발이나 도시정비사업, 유휴 부지 활용을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지만, 국제업무지구로서의 용산의 입지는 대체 불가능하다. 눈앞의 논란에 타협하기보다 본연의 이름에 충실한 계획을 밀고 나가야 한다. 용산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메카로 우뚝 설 때, 서울은 진정한 세계 도시로 완성될 것이다. 미래 한국의 장기 비전은 결코 주거 공급과 맞바꿀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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