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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법치주의 시험대 오른 ‘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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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4.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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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배는 그 무엇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가권력을 법 지배 아래 둠으로써 권력 남용을 견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합니다."

2024년 4월 25일 제61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강조한 말입니다. 법의 존엄성을 되새기고 법치주의 확립 의지를 다지기 위해 1964년 제정된 법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법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그 의미를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을 법 지배 아래 둬야 한다"는 이 전 소장의 발언은, 오늘의 상황을 보여주는 기준으로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오는 25일 제63회 '법의 날'을 앞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사법개혁이 그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검찰청 폐지, 재판소원, 법 왜곡죄 신설 등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 가운데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이미 확정 판결이 난 사건까지 국회가 국정조사로 다시 들여다보는 상황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흔드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수사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사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 대해 국정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윤석열 정부 검찰 조작 기소'입니다. '의혹'을 따지겠다는 것도 아니고, 조작 기소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여론재판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건 관련 증인들의 진술만으로 "검찰의 수사·기소의 조작과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공소취소 요구와 함께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할 속셈입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수사를 이끈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내고 "국정조사는 헌법과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대해 국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단정적으로 '조작 기로'라는 정치적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홍승욱 전 수원지검장과 이원석 전 검찰총장도 국회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이 전 총장은 "(현재 국정조사는) 국회로 '법원의 법정'을 들어옮겨 입법부가 사실상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을 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최근 국정조사와 입법 과정 전반을 둘러싼 법조계의 우려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권력이 법 아래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합니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 움직임은 입법권의 범위를 넘어 사법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 반복될수록 법적 안정성과 사법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법이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의 의도로 관철되는 수단으로 작동하게 되면 법치주의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주 취임 후 첫 '법의 날'을 맞이합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이 말할 법치주의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원칙으로 서게 될지 아니면 여권의 정치적 목적을 뒷받침하는 수단에 머물지, 이번 '법의 날' 기념사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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