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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탈출 노림수에 폭증…신뢰 흔드는 ‘무늬만 밸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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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6. 04. 14. 18:12

올해 566개 쏟아지며 1년새 4배 껑충
대부분 수치 목표 없어 방향성만 제시
공시만 하면 7월 저평가 명단서 제외
저율과세 등 세제 인센티브도 주원인
basic2026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급증하고 있지만, 내용이 부실한 허울 공시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담지않고 형식만 갖춘채 실행 가능성없는 내용만 내놓고 있어서다. 자율 공시 특성상 목표가 이행되지 않더라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인데, 세제 혜택과 공시 요건 완화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실질적인 체질 개선보다 공시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4월 13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566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공시 기업 수(141곳)의 4배 수준이다. 월별로는 1월 7곳, 2월 14곳에 그쳤지만 3월에만 492곳이 몰리며 공시가 특정 시점에 집중됐다. 이달 들어서도 13일까지 53곳이 추가되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공시가 단기간에 급증한 배경에는 정부의 세제 인센티브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거나 배당금을 늘린 '고배당 기업'이 정기 주주총회 직후 관련 공시를 제출하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최고 49.5%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신 14~30%의 저율 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주주 소득 보전을 위해 공시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낙인을 피하려는 목적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오는 7월부터 금융위원회가 저평가 기업 명단을 공개할 예정인데, 밸류업 공시를 마친 기업은 일정 기간 명단 제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PBR이 1 미만으로 장부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들에는 공시가 곧 '저PBR' 꼬리표를 떼어낼 회피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공시의 질이다. 일부 공시가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판단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공시를 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라는 이름과 달리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수치 목표가 빠진 채 방향성만 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익성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을 내세우면서도 별도의 세부 계획 없이 핵심 내용만 간략히 기재한 약식 공시도 확인된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는 기업가치 제고 목표로 '당기순이익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재무 목표나 수치 기준은 포함하지 않았다. 실행 계획 역시 제품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와 장기적인 수익 기반 확대 등 방향성 중심의 정성적 내용에 머물렀다.

일례로 한 반도체 장비 업체는 기업가치 제고 목표로 '당기순이익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재무 목표나 수치 기준은 포함하지 않았다. 실행 계획 역시 제품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와 장기적인 수익 기반 확대 등 방향성 중심의 정성적 내용에 머물렀다. 또 다른 IT 업체 역시 연구개발 확대와 주주환원 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수치 목표나 실행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시가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더라도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기대와 현실 간 괴리가 커지면서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시 기준 완화는 경제환경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구체적인 수치 제시에 부담을 느낀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첫해에 한해 기업 부담을 고려해 약식 공시를 허용한 것으로, 내년부터는 공시의 구체성과 이행 가능성을 보다 엄격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거래소도 상장기업의 공시 작성을 지원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밸류업 공시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완화 조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 스스로 공시의 구체성과 이행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정책 효과도 제대로 발휘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공시 참여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앞으로는 실제 이행 여부와 성과를 점검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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