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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국정원장의 엇갈린 하루…‘정치적 중립’ 지키지 못하는 정보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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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4. 05. 17:21

'계엄 가담' 조태용 전 원장, 7년 구형
같은 날 이종석 원장은 국정조사 참석
쌍방울 대북 송금 관련해 "尹 국정원 관여"
정권 바뀔 때마다 국정원 잔혹사 반복
윤석열정권 검찰 조작기소 국조특위-32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종석 국정원장(사진 왼쪽). /이병화 기자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전현직 수장이 같은 날 각자 다른 공간에서 조직의 명운이 달린 발언을 쏟아냈다. 조태용 전 원장이 헌정사상 유례 없는 '비상계엄 가담' 혐의로 중형을 구형받는 사이 이종석 현 원장은 국정조사에서 전임 체제의 '대북 송금' 관련 과오를 언급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현직 국정원장이 '피고인'과 '고발인'으로 교차하는 잔혹한 평행 이론이 2026년 4월 3일 하루에 응축돼 나타난 것이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열린 조 전 원장의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조 전 원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비상계엄 상황을 은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최후진술에서 "국정원이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전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며 "국정원 직원 누구도 재판받고 있지 않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보기관이 통치권자의 사적 권력 유지에 동원된 '헌법 파괴 가담'으로 규정했다. 정보기관 수장이 정권의 '방패'를 자처한 것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 이 원장은 전임 체제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꺼내 들었다.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참석한 이 원장은 윤 정부 국정원이 검찰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에 관여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국정원 감찰 부서장으로 온 유도윤 부장검사가 수원지검의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북한 관련 정보 수집 부서가 검찰에 목록만 제출했던 쌍방울 대북 송금 관련 보고 66건의 원문을 직접 확인한 뒤 13건만 찍어서 압수수색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수원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유도윤 부서장이 사전에 특정한 13건만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국정원 내부 여타 자료들은 누락됐다"고 말했다.

전직 수장은 법정에서 '내란 가담' 혐의로 중형을 구형받고, 현직 수장은 국회에서 전임 체제의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의혹을 폭로하는 초유의 사태가 하루에 벌어졌다. 이를 두고 국정원이 직면한 신뢰의 위기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기관이 정권의 안위와 유지에 우선순위를 두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의 논란, 이른바 '정보기관의 잔혹사'를 종식시키기 위해 국정원이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정원 간부는 "지금의 행보가 언젠가 또 다른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생기고 있다"며 "정권 입맛에 맞는 보고서만 양산되거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보신주의'가 팽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가 가공되고 공유되는 구조를 깨지 못한다면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전현직 수장이 피고인과 고발인으로 등장하는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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