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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부터 기후까지…예방중심 전환된 건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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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3. 27. 18:54

“국민 4명 중 3명 정신건강 문제”
건강수명 감소에 ‘예방 중심 전환’
비자의 입원·중독 대응은 과제
임시공휴일에도 정상진료 중인 대학병원<YONHAP NO-2973>
연합
정신건강 문제와 건강 격차가 동시에 악화됨에 따라 정부가 향후 5년간 건강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한다. 국민 상당수가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가운데, 정신건강을 국가 책임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청년과 기후 위기까지 정책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건강정책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6~2030)'을 심의·확정하고 새로운 건강정책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부가 정책 전환에 나선 배경에는 건강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정신건강 대응 강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터다.실제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전년(27.3명)보다 1.8명 증가했다. 이는 2011년 31.7명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2018년 70.4세에서 2022년 69.9세로 0.5세 감소했고, 기대수명과의 격차는 12.3세에서 12.8세로 확대됐다. 소득에 따른 건강수명 격차도 8.1세에서 8.4세로 벌어졌다. 전체 대표지표 64개 중 31개(48.4%)만 개선되고, 자살사망률과 비만·당뇨 등 16개(25.0%)는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선 자살 시도자와 정신응급 환자 대응을 위해 집중치료병상을 2000개 이상 확충하고, 응급실 기반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를 중심으로 사후관리 체계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입원 치료의 경우 격리·강박을 최소화하고 비강압적 치료를 확대하는 한편, 인력 기준과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계획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비자의 입원 제도 개선이다. 그동안 보호 의무자의 이송 부담과 입원 절차의 복잡성, 환자 인권 문제 등이 동시에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즉각적인 제도 개편 대신 단계적 접근을 택했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비자의 입원 과정에서 보호 의무자의 이송 부담이나 병원 탐색 문제 등 개선 요구가 많다"며 "2030년까지 인권 강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2027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이후 제도화 방안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살 예방은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됐다. 정부는 자살 고위험군 발굴과 응급 대응을 강화하고, 심리부검 확대와 AI 기반 자살유발 정보 모니터링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중독 분야는 한계를 드러냈다. 자살 분야와 달리 구체적인 목표 지표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중독은 아직 전국적인 치료·재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정량적 목표를 설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선 치료와 재활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정책 범위를 생활 전반으로 확장하고, 청년 건강을 별도 과제로 분리해 정신건강 검진과 초기 치료비 지원하며, 고립·은둔 청년 대상 맞춤형 상담을 강화키로 했다.기후 위기 대응은 처음으로 건강정책에 포함됐다. 폭염·감염병뿐 아니라 정신건강과 만성질환까지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지역 기반 의료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된다. 복지부는 2026년 하반기부터 '지역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도입해 환자 중심 예방·관리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와 관련해 건강생활 실천지원금과 본인부담 완화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고, 의료기관 수가 개선도 검토한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정신건강을 포함한 국민 건강 전반을 국가 책임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차관은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라며 "국민의 정신적·심리적 어려움에 공감하고, 지역사회에서 회복과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보완된 국민건강증진 2030을 충실하게 이행해 2030년까지 건강 수명과 건강 형평성 제고 목표를 달성하고 모든 사람이 평생 건강을 노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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