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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속 국제유가 급등… 실물 가격 200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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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22. 07:44

항공유 200달러 돌파·텍사스 가스 가격 하락...공급망 불균형 심화
이란 해협 통제·산유국 생산 차질… 중동 에너지 공급 흔들
美 시장 안정 조치·G7 대응 속 외신 "에너지 영향 확대"
IRAN-CRISIS/EMIRATES-HORMUZ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무산담주 경계 인근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한 화물선이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에 정박해 있다./로이터·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 충돌이 4주째에 접어든 21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실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등 전쟁 프리미엄이 전면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분쟁을 가까운 미래에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미국 해병대 추가 파견과 이란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중동의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인도양의 미·영 기지와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주요 에너지 인프라 타격이 겹치면서, 중동 충돌은 단순한 군사적 승패보다 에너지 통제와 유가 흐름이 전쟁의 향방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IRAN-CRISIS/EMIRATES-HORMUZ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무산담주 경계 인근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한 화물선이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에 정박해 있다./로이터·연합
◇ [국제유가 급등] 실물 가격 200달러 돌파… 선물·실물 괴리 확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전쟁 프리미엄으로 일부 석유 제품이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브렌트유 벤치마크가 약 50% 폭등해 배럴당 112달러대를 기록했지만, 실제 소비자 가격을 좌우하는 실물 시장에서의 상승폭은 그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휘발유·디젤·항공유 등 실물(physical) 배럴의 가격이 급등하며 일부 항공유는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섰다. 아시아 정유업체들은 막힌 공급로를 우회해 수천 마일 떨어진 지역에서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고가로 원유를 조달하고 있으며, 유럽 주요 항공사들은 천정부지로 솟는 연료비 상승분을 승객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선물시장과 실물시장 간의 괴리가 기형적으로 확대되며 세계 경제에 거대한 공급 충격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번 사태를 두고 사상 최대 규모 공급 차질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은 분쟁이 지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2008년 최고치인 147.50달러를 경신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함께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EPA·연합
◇ [호르무즈 봉쇄] 항행 차질 속 에너지 흐름 급감...이란, 통행료 징수

국제 유가 급등을 견인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글로벌 에너지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대체 불가능한 핵심 병목 구간이다.

현재 전례 없는 군사 활동으로 항행이 심각하게 제한되면서 상선과 유조선 운항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블룸버그는 해협 내 선박 통행량이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해협을 철저히 통제하며 글로벌 에너지 흐름을 통제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은 오로지 이란의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는 사실상의 통행료 징수소(toll booth) 체제를 구상하며 자신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강제 재편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 에너지 인프라,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가 결합된 복합 위기 속에서 전 세계 경제는 구조적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

Iran Eid Al-Fitr
이란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진행된, 금식월인 라마단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이드 알피트르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AP·연합
◇ [산유국 영향] 이라크 생산 감소·수출 차질

해협의 전면 봉쇄는 걸프 지역 주요 산유국 전체에 연쇄 마비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차질로 이라크 정부는 외국 석유업체가 개발 및 운영하는 모든 유전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는 남부 항구를 통한 원유 수출이 완전히 막히면서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의 한계에 이르렀고, 원유 생산량을 하루 330만배럴에서 90만배럴 수준으로 급감시켜야만 했다.

이는 국가 재정 수입의 90% 이상을 전적으로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이라크의 취약한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을 받은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사태 이후 이라크로 향하는 이란산 천연가스 공급이 사흘 만에 부분 재개되기는 했으나, 발전용 공급량은 이전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어 중동 전역의 생산 및 수출 차질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 [공급 불균형] 미국 가스 가격 하락·글로벌 공급 부족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붕괴시키면서 지역별 가격 왜곡 현상도 극심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사태를 두고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뼈아픈 불일치라고 지적하며, 미국에는 에너지가 넘쳐나지만, 세계는 굶주리는 모순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의 퍼미안 분지에서는 글로벌 수출길이 막혀버린 가스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과잉되며, 익일 인도분 가스 가격이 마이너스(-) 추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와하(Waha) 가스 거래 허브의 텍사스 생산자들은 남아도는 가스를 실어 나를 파이프라인 용량이 턱없이 부족해 오히려 구매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가스를 처분해야 하는 실정이며, 결국 가스 연소가 5년 내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중동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심각한 차질로 인해 가격이 통제 불능으로 급등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의 세계 최대 LNG 수출 터미널 폭격으로 수급 불균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란 가스전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 연안 칸간 인근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12단계 시설 전경으로 2014년 1월 22일(현지시간) 찍은 사진./AFP·연합
◇ [미국·G7 대응] 공급 안정 조치와 해협 보호 강조...구체적 대응 부재

이러한 전방위적 에너지 대란에 직면해 미국과 주요 7개국(G7)은 시장 안정화와 해상 루트 보호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폭등하는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공격적인 시도의 일환으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에너지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비상 비축유 방출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날 해상에 있는 이란산 원유 약 1억4000만 배럴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한 이례적 조치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적국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G7 외교장관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란이 민간 인프라에 가한 무분별한 공격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했다고 로이터·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G7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보호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G7 회원국들이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 방식과 관련한 구체적 대응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 [NYT 분석] 에너지 인프라 공격 확대와 공급 차질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은 에너지를 서로의 목줄을 쥘 가장 확실하고 치명적인 무기로 삼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에너지가 강력한 표적이 되는 이유'라는 분석 기사에서 에너지가 단순히 전쟁의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상대국 경제에 심각한 고통을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표적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전쟁 발발 이후 정유소·천연가스전 등 9개국 최소 39개 이상의 주요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받았으며, 일부 인프라는 수차례 반복적인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됐다. 최근 1주일 동안에만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추가 피해가 잇따랐다.

NYT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 시설인 카타르의 라스 라판 국영 LNG 터미널 손상으로 국가 수출 능력의 17%가 손상됐으며, 완전한 복구에 최대 5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양측이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위해 가장 파괴적인 에너지 레버리지를 극한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 [WSJ 분석] 이란의 전쟁 승리 인식과 강력한 협상 조건

전 세계적인 고통과 시장 충격 확대 속에서도 이란 수뇌부는 현재의 혼란을 자국의 승리로 해석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WSJ는 이란이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믿으며 전쟁 종결에 막대한 대가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권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자신들이 전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향후 수십 년간 중동 에너지 자원을 통제할 불공정한 합의를 미국에 강요하려 하고 있다.

이란은 전쟁 종식의 대가로 막대한 배상금을 청구하는 동시에, 중동 전역에서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매일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발사 능력을 유지하며 걸프 지역 핵심 에너지 시설에 파멸적인 피해를 가하고 있다.

WSJ는 이러한 이란의 극단적인 인식이 미군의 압도적 군사력을 과소평가한 대단히 위험한 오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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