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란 축구대표팀 ‘낙동강 오리알’ 처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18010005398

글자크기

닫기

천현빈 기자

승인 : 2026. 03. 18. 13:06

FIFA, 조별리그 경기장 변경 요구 '묵살
clip20260318130544
지난해 6월 이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북한과의 경기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 /AP·연합
미국의 대이란 공격으로 이란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불참을 선언했지만 다시 참가하겠단 의사를 보이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장소를 미국에서 멕시코로 옮겨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FIFA는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란을 포함한 모든 참가국 협회와 월드컵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면서 "모든 참가국이 2025년 12월 6일 발표된 경기 일정에 따라 경기를 치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란의 조별리그 일정과 장소 변경에 관한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이란은 오는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G조에 편성됐다.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와 경쟁한다. 조별리그 개최지는 모두 미국에서 열린다. 6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뉴질랜드와 1차전, 21일 벨기에와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갖는다. 26일엔 워싱턴주 시애틀로 옮겨 이집트와 최종전에 나선다. 한국이 모두 멕시코에서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르는 것과 달리 이란은 전쟁 중인 적대국에서 모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일정이다.

이란 축구협회는 미국의 침공으로 월드컵 불참을 선언하면서 선수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월드컵 참가 의사를 전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월드컵이 석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란의 월드컵 불참이 확정되면 AFC는 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 등 차순위 국가들에게 월드컵 진출권을 걸고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이에 이란의 입장이 다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에서 환영받지만, 나는 그들이 거기에 있는 것이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란의 월드컵 참가를 독려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다. 이에 이란 축구협회는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조별리그 일정을 치르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지만 일단 무산됐다.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란 측 제안에 대해 "FIFA가 동의한다면 이란의 경기가 멕시코에서 치러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등 G조 일정이 요동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란과 같은 조에 속한 상대국들은 경기 장소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전세가 뒤집혔다.

앤드루 프래그넬 뉴질랜드축구협회 사무총장은 "이미 수만 장의 티켓이 팔렸고 팬들이 항공권 예약까지 마친 상황에서 장소를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FIFA도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최국 자체를 바꾸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읽힌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란의 대회 참가를 환영한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이란이 미국에서 조별리그를 문제 없이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전쟁으로 이란 축구대표팀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모양새다. 전쟁 발발 직후엔 월드컵 불참 카드로 압박하더니, AFC가 차순위 국가들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위한 경기 일정 검토에 들어가니 돌연 조건부 월드컵 참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피파가 이란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란 축협은 고심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이란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AFC는 이라크와 UAE의 본선행 티켓을 위한 단두대 매치를 계획할 예정인 만큼 이란 축협은 이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려야 할 처지다.
천현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