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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국가 전력망 붕괴…1000만명 전력 공급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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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3. 17. 10:10

미국 석유 봉쇄 속 에너지 위기 갈수록 심화
노후 발전·연료 부족 겹쳐 잇단 대규모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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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젊은이들이 말레콘 해안 방파제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AFP 연합뉴스
쿠바의 국가 전력망이 붕괴되면서 약 1000만명이 전력 공급이 끊기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연료 부족과 노후화한 발전 설비가 겹친 가운데 미국의 석유 공급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쿠바의 에너지 위기가 한층 심화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쿠바 전력 운영기관인 전기연합(UNE)은 이날 국가 전력망이 붕괴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UNE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전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대형 발전소 고장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송전망 문제로 전력망 전체가 붕괴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쿠바 당국은 전국 곳곳에서 소규모 전력 회로를 먼저 가동하는 방식으로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마이크로시스템'을 구축해 지역 단위로 전력을 공급한 뒤 이를 연결해 전체 전력망을 복구하는 방식이다.

이번 정전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쿠바의 만성적인 전력난 속에서 발생했다. 쿠바에서는 연료 부족과 발전 설비 노후화로 수시간에서 길게는 수일간 이어지는 대규모 정전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장시간 정전으로 주민 불만이 폭발하면서 공산당 체제 하에서는 드문 폭력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쿠바의 전력난은 석유 공급 부족과 직결돼 있다. 발전용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쿠바는 주요 공급국이던 베네수엘라의 원유 지원이 급감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들어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미국은 쿠바의 최대 후원국 중 하나였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난 1월 전격 체포한 이후 쿠바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였다.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쿠바로 향하던 원유 공급이 사실상 차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쿠바에 석유를 판매하는 국가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며 국제 거래를 압박했다. 이 조치로 이미 노후화한 쿠바 전력 시스템이 더욱 큰 타격을 받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쿠바에 들어온 원유 수입선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이 확인한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쿠바로 들어온 에너지 수송선은 단 두 척에 불과하다.

반면 쿠바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쿠바로 연료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는 지난달 휘발유를 실은 유조선을 준비했지만 해당 선박은 아직 베네수엘라 해역을 떠나지 못한 상태다.

또 쿠바의 주요 석유 수입 항구인 마탄사스와 모아에서는 올해 들어 대형 원유 수입이 확인되지 않았다. 위성 분석 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에 따르면 아바나와 시엔푸에고스 항구 역시 한 달 이상 석유 수입 활동이 없는 상태다.

쿠바 주민들은 반복되는 정전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바나에 사는 26세 주민 다야나 마친은 "쿠바 사람들은 이제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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