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중 8강 대결
8강 넘어서면 '지구방위대' 미국과 준결승
결승 가야 일본과 17년 만에 '리벤치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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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가 WBC 2라운드 결선 토너먼트 진출한 건 17년 만의 일이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이 호주전을 마치고"오늘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하루 쉬고, 내일부터 2라운드에 대해 고민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1라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낸 대표팀 내 분위기를 대변한다.
일단 분위기는 하늘을 찌른다. 일본과 예상 밖 접전으로 선전하며 경쟁력을 확인한 한국 야구는 다음날 대만에 연장 승부치기에서 지면서 8강행이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단 3가지의 '경우의 점수'(5-0, 6-1, 7-2) 중 가장 짜릿한 7-2 스코어로 호주를 잡았다. 17년 만에 이룬 기적이다. 한국 야구는 그간 기나긴 암흑기를 지나 재능이 넘치는 타선을 중심으로 1라운드를 폭격했다. 비록 체코-일본-대만을 맞아 총 17실점 한 마운드의 높이는 낮았지만, 호주전에서 보여준 투수들의 벌떼 '투혼'은 과거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이제 한국 투수진은 지친 몸을 이끌고 도미니카공화국의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일단 시차 적응과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희망적인 건 대만전 선발로 단 50구만 던진 류현진이 푹 쉬고 도미니카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제적 류현진이냐는 한탄 속에서도 류현진은 여전히 국내 선발진 중 가장 믿을 만한 '국가대표 선발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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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벌써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됐지만, 관록 넘치는 투구로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공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변화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완급 조절은 최고 수준이다. 전성기 시절 150km/h 중반을 넘나드는 강속구는 사라졌지만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커터 등을 손쉽게 구사하는 기교파 투수로 롱런하고 있다. 통상 160km/h를 넘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들이 선수 황혼기에 겪는 급격한 기량 저하도 류현진에겐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그가 한국 마운드의 제 1선발인 배경이다.
문제는 현역 메이저리거로 빅리그 마운드를 폭격하고 있는 도미니카 타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봉쇄하느냐다. 아직 선발 투수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미 체코전 선발과 호주전 계투로 뛴 소형준과 일본전에서 선발로 던진 고영표는 도미니카전 선발로 뛰기엔 부담감이 있다. 곽빈도 류현진에 이어 대만전에서 많은 공을 던졌지만 강속구가 주무기인 곽빈이 메이저리거들의 160km/h 후반대의 강속구를 쉽게 받아치는 도미니카의 강타선을 상대하기엔 벅차다. 류현진이 가장 적합한 카드로 거론되는 이유다.
D조에선 예상대로 도미니카와 베네수엘라가 결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도 경쟁력 있는 팀이지만, 남미의 양대산맥인 두 나라가 8강행을 확정했다. 도미니카는 베네수엘라에 이기면 자력으로 1위를 확정한다. 베네수엘라가 이겨도 3승 1패로 동률이지만 전적이 맞물리는 팀끼리 이닝당 최소 실점으로 따지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의 힘으로 1위를 확정할 수 있는 도미니카가 우세한 상황이다. 두 팀간 1위 결정전은 현지시간 11일 밤 미국에서 열린다.
전력상 우위인 도미니카와 베네수엘라는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시차나 환경 면에서 한국보다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한국이 휴식일을 1~2일 더 얻긴 하지만 이동거리와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도, 시차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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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위가 유력한 도미니카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류현진과 함께 뛰어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김하성과 뛴 후안 소토(뉴욕 메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버티고 있다. 이들은 언제든 메이저리그 MVP를 수상할 수 있는 선수들로 방망이 감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역시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두 자릿수 득점(니카라과전 12-3, 네덜란드전 12-1, 이스라엘전 10-1)을 올리며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베네수엘라가 올라와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현재 김하성과 같은 소속 팀인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이정후와 한 팀인 루이스 아라에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부상으로 대표팀에 낙마한 한국계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과 한솥밥을 먹는 윌슨 콘트레라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주요 선수다.
한국 마운드에 희소식이 들려온 건 바로 오브라이언의 토너먼트 합류 가능성이다. 당초 큰 부상은 아니지만 종아리 부상으로 정상 투구를 할 수 없었던 오브라이언은 미국에서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조별리그 경기 후반 고비마다 확실히 막아줄 계투가 없어 고전했던 한국 마운드에 천군마마와 같은 전력이다. 오브라이언은 세인트루이스에서 막강한 마무리 투수로서 위용을 떨치고 있다.
2009년처럼 8강에서 남미를 넘어서면 4강에서 또 미국과 만난다. B조 1위가 유력한 미국은 8강에서 A조 2위(푸에르토리코·쿠바·캐나다 중 한 팀)를 만난다. 누구를 만나든 미국이 절대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대회 일본에 내준 우승을 되찾기 위해 지난 시즌 양대 리그 홈런왕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카일 슈워버(필라델피아 필리스)를 필두로 두 명의 사이영상 수상자인 투수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리츠), 태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스)까지 총 집결했다. 스쿠발이 1라운드 첫 경기 영국전만 뛰고 소속팀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지구 방위대' 수준의 라인업인 건 변함 없다.
C조에서 1, 2위를 차지한 일본과 한국은 결승에 가야 다시 만날 수 있다. 2009년엔 4강에서 손민한(롯데 자이언츠)이 미국의 메이저리거 타선을 묶으며 승리했다. 조별리그 한일전에서 승리하고 다시 만난 일본에겐 결승전에서 접전 끝 패배해 아쉬움이 더 컸다. 한일전 리매치는 우선 남미 야구 강국과 MLB올스타급의 진용을 갖춘 미국을 넘어야 성사된다. 두 번의 기적이 더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