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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충격 확산…유가 100달러 돌파에 아시아 증시 급락, 세계 경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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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09. 13:18

호르무즈 통항 사실상 마비·산유국 감산 도미노…이라크 생산 70% 급감
한국 서킷브레이커·일본 4200엔 폭락…아시아 금융시장 패닉
항공·해상 물류 마비에 공급망 비용 급등…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확대
PAKISTAN PETROL PRICE
파키스탄 시민들이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호르 주유소에서 차량에 연료를 채우기 위해 줄을 서 있다./EPA·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한 중동 전쟁의 여파가 원유·가스 공급과 해상 운송, 금융시장, 물가와 금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사실상 마비되고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이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8일(현지시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9일 한국·일본·대만·홍콩·중국 등 아시아 주식시장은 급락했다.

전쟁 당사국인 미국은 순에너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완충 장치가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훨씬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에너지 위기로 번져 세계 경제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paselect IRAN ISRAEL USA CONFLICT
이란 적신월사 소속의 베일을 쓴 한 여성이 8일(현지시간) 전날 저녁 미국과 이스라엘 군이 공습한 이란 테헤란 샤흐런 석유저장소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EPA·연합
◇ 유가 급등…WTI·브렌트 100달러 돌파, 2022년 이후 최고

이날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렌트유가 약 109달러, WTI가 장중 110달러를 웃돌았다고 전했고, 로이터통신은 브렌트유 선물이 장중 19.8% 오른 111.04달러, WTI 선물이 장중 22.4% 오른 111.24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브렌트유가 중동 전쟁 발발 전보다 약 50% 급등했다고 보도했고, AP통신은 두 유종이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환율 상승, 코스피 하락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하락 출발해 장 초반 5200대까지 내려앉았다./연합
◇ 호르무즈 통항 마비…이라크 생산 70% 급감, 산유국 감산 확산

이번 유가의 급등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수출길이 막히면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진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1000척 이상의 선박이 통항을 기다리는 '최후의 날 시나리오(doomsday scenario)'가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라크 남부 주요 유전 생산량은 하루 약 430만배럴에서 130만배럴로 70% 급감했고, 바스라 석유공사(BOC)는 저장 능력이 최대 용량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원유 수출량도 하루 평균 약 80만배럴로 급감했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전날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고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했다. 세계 2대 LNG 생산국 카타르는 최대 LNG 생산시설이 타격을 받자,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WSJ는 카타르 생산 차질이 전 세계 LNG 공급량의 5분의 1을 시장에서 빼내는 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라스타누라 정유시설 가동을 일시 중단했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도 저장 탱크 범람을 막기 위해 생산을 늦추고 있다.

WSJ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유조선 운항이 사실상 멈추면서 '197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나타샤 카네바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상상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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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 도쿄(東京)의 한 증권사 모니터에 닛케이(日經)225 평균주가가 표시되고 있다./AFP·연합
◇ 에너지 안보 직격탄 맞은 아시아 금융시장… 한·일 증시 '패닉 셀링'

아시아 금융시장은 미국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홍콩 항셍지수는 2.9% 하락했고, 텐센트·알리바바·HSBC가 하락을 주도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중국 CSI300 지수는 약 2% 내렸고, 역내 위안화는 달러당 6.92위안으로 약세를 보였다. 대만 자취안지수(Taiex)는 5.9% 떨어졌고, TSMC도 같은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 증시는 장 초반 8% 넘게 떨어지며 거래가 중단됐고, 최근 1주일도 안 돼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고 FT는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9% 넘게 하락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6% 내렸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닛케이 평균주가가 장중 한때 4200엔 넘게 급락하며 5만2000선을 밑돌았고,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 종목의 90% 이상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오사카(大阪)거래소에서는 급락에 대응해 '다이내믹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도요타자동차는 한때 6%,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7% 하락했고, 소프트뱅크그룹은 12%, 어드반테스트는 14%, 후루카와전기공업은 18% 급락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일본과 한국·싱가포르·대만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한델스블라트는 일본과 한국이 걸프 지역 원유 의존도가 높고, 달러 강세가 수입 비용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엔화가 위기 국면에서도 강세를 보이지 못한 것은 일본이 더 이상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보다 유럽과 아시아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 모리스 옵스트펠드 미국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는 유럽과 아시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거시경제적 충격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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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운반선이 7일 중국 동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항의 석유 터미널에서 부두로 인도되고 있다./AFP·연합
◇ 에너지 수입국 유럽·아시아의 비명… 항공·해운 마비에 공급망 '동맥경화'

WP는 이란의 반격으로 전쟁의 여파가 호르무즈해협의 에너지 수송을 넘어 항공과 해상 물류까지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탓에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공과 해상 교통의 상당 부분이 마비됐고, 글로벌 공급망에도 연쇄적인 충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허브 공항인 두바이 공항이 문을 닫으면서 전 세계 항공 화물 운송의 약 20%가 중단됐고, 의약품과 귀금속, 반도체 등 고가 화물의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덴마크의 해운·물류 기업인 머스크(Maersk)는 UAE와 오만·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로 오가는 대부분의 화물 예약을 중단했고, 스위스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MSC는 페르시아만으로 향하던 컨테이너 화물을 가장 가까운 항구로 우회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 물류 기업 플렉스포트(Flexport)의 라이언 피터슨 최고경영자(CEO)는 중동 전쟁 발발 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 화물 운송 비용이 45% 상승했다고 전했다.

◇ 안전자산의 배신… 달러 강세 속 국채·금 동반 약세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블룸버그와 FT에 따르면 유가 급등은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과 달러, 금 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블룸버그는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고, 미국 국채가 피난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금리가 뛰었다고 전했다. FT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19%, 30년물 금리가 4.80%까지 올랐고,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5035달러까지 2.6% 넘게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 노동시장 둔화 신호 사이에서 경기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분석 기관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투자자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하기 시작하면 증시가 하락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NYT도 인플레이션 예상이 급등하고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과 소비자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GAS PRICES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주유소에 갤런(3.785ℓ)당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연합
◇ 에너지 자립국 미국도 '고물가 압박'… 트럼프 "평화 위한 작은 대가"

미국은 상대적으로 덜 아프지만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WSJ는 미국이 과거보다 석유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고, 자국 에너지 생산이 풍부해 완충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가는 세계시장 가격이어서 주유소 가격 상승은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AP에 따르면 미국 일반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3.45달러로 1주일 새 47센트 상승했고, 디젤은 4.60달러로 83센트 올랐다.

FT는 미국 휘발유 선물이 이날 12% 뛰었고 연초 대비 80% 상승했다고 전했다. AP는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일제히 떨어졌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6%,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1.8%, 나스닥종합지수가 1.5% 각각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단기적인 유가 상승이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매우 작은 대가'라고 주장했다.

◇ 화석 연료의 역습… 에너지 전환기에도 지워지지 않는 '중동 리스크'

WSJ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는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석탄과 천연가스도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석유·가스 충격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다. 이런 구조 아래서 중동 공급망 차질은 세계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미국 실질 원유 가격이 1973년 아랍 석유 수출 금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1990년 걸프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마다 급등했다며 이번 사태가 197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에너지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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