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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원유 70% 의존하는 한국 에너지 안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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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02. 08:51

민간 선박 잇단 피격에 통항 70% 급감
글로벌 해운사 중동 노선 전격 중단
호르무즈 통과 원유 80% 아시아행…한·중·일 경제 직격탄 우려
브렌트유 80달러 돌파…100~120달러 경고·달러 강세
IRAN-CRISIS/OIL
3D 프린팅된 석유 파이프라인 뒤로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이 보이는 지도로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간) 찍은 일러스트레이션./로이터·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현지시간)부터 이란을 공습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에너지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자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이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협의 통항이 급감하면서 에너지·물류·금융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와 천연가스 최대 30%를 호르무즈 해협이 위치한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전력 공급과 제품 생산 및 수출 역량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호르무즈 '공포의 일요일'…민간 선박 피격 속 통항 70% 급감

1일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와 오만 해양안전센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최소 3건의 선박 피격 사례가 보고됐다.

팔라우 선적 유조선 스카이라이트(Skylight)호는 오만 카사브 항구 북쪽 5해리 지점에서 공격을 받았다. 이 선박은 이란 석유제품을 운송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승무원 20명은 모두 탈출했으나 4명이 부상했다.

마셜제도 선적 유조선 엠케이디 뵘(MKD VYOM)호도 무스카트 북쪽 50해리 지점에서 미확인 발사체 공격을 받아 기관실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UAE) 미나사크르항 인근에서도 또 다른 선박이 공격받아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접수됐다.

이란 국영TV는 "호르무즈 해협을 불법적으로 통과하려던 유조선이 피격돼 현재 침몰 중"이라며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을 보도했다. 프레스TV는 경고를 무시하고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을 이란이 공격했다고 확인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선박 추적 플랫폼 마린트래픽 데이터를 인용해 대다수 선박이 유턴하거나 우회해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량이 70%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최소 150척의 유조선이 해협 양쪽에서 대기 중이라고 했고, 블룸버그통신도 유조선 통항이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UAE CONFLICTS
한 선박이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해안에 정박하고 있다./EPA·연합
◇ 아시아 경제의 생명줄 '호르무즈' 봉쇄 위기…원유 80%가 아시아행, 분쟁 장기화시 한국 타격 가능성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3년 기준 하루 149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며 목적지는 중국(하루 500만배럴)·인도(190만배럴)·일본(170만배럴)·한국(170만배럴)·기타 아시아(220만배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수요처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목적지가 중국(38%)·인도(15%)·한국(12%)·일본(11%)·기타 아시아(14%) 등으로 아시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곧 아시아 경제,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팀슨센터의 제임스 김 국장은 한국이 전략비축기지에 1억배럴 이상의 원유와 52일치 액화천연가스(LNG)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협 접근이 장기 차단될 경우 전력 공급과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생산·수출 역량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상선미쓰이(MOL·商船三井)가 이란 해군으로부터 통항 금지 통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IRAN-CRISIS/OIL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해안과 케슘 섬 모습으로 2023년 12월 10일(현지시간) 찍은 항공 사진./로이터·연합
◇ 오일 쇼크 재현되나…OPEC+ 증산에도 "유가 120달러 치솟을 것"

이번 분쟁의 영향으로 브렌트유는 주말 장외 거래에서 10% 급등하며 배럴당 약 8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종가는 72.48달러였다. FT는 시장 재개 시 5~15%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거나 1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 증산 약발 안 먹히는 시장…안전 자산 '달러'로 자본 쏠림 가속

이런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4월부터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 공급의 0.2% 미만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막힐 경우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은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FT는 아시아 시장 개장 초기에 달러화가 유로 대비 0.5%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안전 자산 선호 속에서 호주·뉴질랜드 달러는 각각 1%·0.8% 하락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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