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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세계 1위 매장량 봉인 해제하나,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구상, 에너지 패권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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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05. 12:25

트럼프, 마두로 체포 직후 '경제적 전리품' 선언
낮은 유가와 훼손된 시설, 투자 유치의 걸림돌
단기 충격 제한적, 장기적으론 '공급 폭탄'
승자는 미국 정유사, 패자는 중국
자료= 알자지라방송 / 그래픽= 박종규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 작전으로 체포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석유 메이저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진출과 인프라 재건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경제적 전리품'이자 베네수엘라 재건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즉각적인 공급 차질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변동성이 나타났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시장 복귀가 유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벨로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엘 팔리토 정유소로 2024년 2월 10일(현지시간) 찍은 사진./로이터·연합

◇ 트럼프 "미국 기업,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 투자"
로이터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량, 전 세계 1% 미만… 의미 있는 증산에 수년 걸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인프라를 복구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해 베네수엘라를 위해 수익을 내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하에서 엄청난 양의 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적인 '수십억 달러 투자'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생산 인프라가 장기간 방치로 심각하게 훼손돼 이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4일 "한때 주요 생산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하루 약 90만 배럴만을 생산했으며,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1% 미만을 차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구상의 현실적 제약을 짚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리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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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카비마스 마라카이보 호수 인근 유전에 있는 파이프라인과 유정 펌프 잭으로 2022년 10월 14일(현지시간) 찍은 사진./로이터·연합
◇ 마두로 체포, 글로벌 원유 시장 '즉각적' 충격 제한적

로이터는 이번 사태를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도박'으로 규정하며 투자자들이 새로운 지정학적 위험 급증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시장 지표는 방향성을 탐색하며 제한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로이터는 이날 주식 시장은 소폭 상승했으나 유가는 변동성을 보였으며 금 가격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브렌트유 등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AP통신은 그 이유를 베네수엘라가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서 생산량이 시장에 반영돼 있고, 현재 글로벌 시장에 공급 과잉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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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가운데)이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마약단속국(DEA)으로 연행되는 모습으로 백악관 신속대응팀 47의 엑스(X·옛 트위터) 동영상에서 캡처한 사진./AFP·연합
◇ 낮은 유가와 베네수엘라 인프라 훼손… 투자에 발목

전문가들은 '시간'뿐만 아니라 '비용'과 '시장 환경'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가 크지 않다며 특히 현재 배럴당 60달러 미만의 유가는 기업들이 리스크가 큰 베네수엘라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최대 파트너인 셰브런의 전 임원 알리 모시리는 WSJ에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투자한다면 퍼미안 분지(미국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 남동부 일대)에 하겠는가, 아니면 베네수엘라에 하겠는가"라며 "그것은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도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의 난이도를 거론하면서 "그것은 수년, 아주 오랫동안 방치돼 부식됐으며 재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AP는 베네수엘라가 산유량을 현재의 하루 약 100만 배럴 수준에서 400만 배럴로 늘리기 위해서는 약 10년의 시간과 100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했다.

◇ 장기 전망,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회복시 유가 하방 압력 가능성

비록 단기적인 인프라 복구는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석유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게 되면 국제 유가에 구조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투자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막대한 양의 석유 매장량을 해제할 수 있다"며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 원유의 잠재력을 평가했다.

프라이스퓨처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그것은 장기적으로 더 낮은 가격을 공고히 하고 러시아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타격으로 미국 정유사들은 승리하고, 중국 경쟁사들은 패배한다'는 기사에서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급격히 선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구상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충격이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고 유가 흐름을 하방 쪽으로 안정화시켜 경쟁국인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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