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태영건설, IPO·워크아웃 앞두고 ‘투톱 체제’ 가동
한화 건설부문·우미건설…CFO·전문경영인 전면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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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불확실성의 시대에 꺼내 든 해법 중 하나는 두 명 이상의 최고경영자(CEO), 대표이사가 각자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각자대표 체제'다. 사업 분야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통 목표는 공유하는 한편, 성과와 리스크를 분산 관리해 변화에 더욱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 경영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구조를 새해 새로운 경영 기조로 재정비하는 건설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1일 건설·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은 여전히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건설업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착공 및 기성 감소, 고물가 등 대내외 불리한 산업 환경이 이어지면서 실적 둔화와 현금흐름 악화 우려가 지속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건설사들이 택한 대응 기조는 '안정'에 가깝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연말 사장단 인사를 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한 곳은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 두 곳에 그쳤다. 겉으로는 공격적 인사 카드가 제한적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재무·주택 등 핵심 분야 전문가들의 역할을 강화해 기초 체력을 다진 뒤 주택 등 주력 사업 중심의 반등을 준비하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두 명 이상의 최고경영자를 두고 전략을 세분화하는 각자대표 체제 강화 흐름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연말 인사에서 해당 체제를 유지한 대표적 사례로는 SK에코플랜트가 꼽힌다. SK하이닉스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 김영식 대표이사를 새로 내정하는 동시에 SK그룹은 2023년 말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온 장동현 부회장을 김 신임 대표와 '투톱 체제'로 유지하기로 했다. 장 부회장은 인수합병(M&A)과 재무 전략에 정통한 인물로, 올해 7월을 목표로 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 중이다. 장 부회장이 재무 관리와 IPO를, 김영식 신임 대표가 수익성 회복과 하이테크 사업 확장을 각각 책임지는 역할 분담 구조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한화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한화 건설부문의 대표이사 체제 개편 역시 재무 안정과 주력 사업 고도화를 동시에 겨냥한 인사로 풀이된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우석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 류두형 글로벌부문 대표가 이끌어온 각자대표 체제는 건설부문을 담당하는 김우석 대표이사가 합류하며 3인 각자대표 체제로 확대·보강됐다. 건설부문이 ㈜한화의 각자대표 체제에 직접 포함되며, 그룹 내 의사결정은 물론 자원 및 사업 역량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신임 대표는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대규모 개발사업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조(兆) 단위 복합개발 사업의 자금 조달과 사업 구조 설계를 전담하며, 건설부문의 재무 안정과 성장 동력 강화 역할을 맡을 것으로 평가된다.
우미건설도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3인 각자대표 체제를 택했다. 최근 곽수윤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하며 곽수윤·김영길·김성철 대표 체제를 완성했다. 오너 2세 이석준 부회장은 대표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최대주주로서 중장기 전략을 총괄하고, 대외적으로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셈이다.
'워크아웃(기업 재무 구조 개선)' 졸업에 속도를 내는 태영건설 역시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수주와 기술 경쟁력을 이끌어온 이강석 신임 사장과 기존 최금락 대표가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로, 영업력 강화와 손익 관리, 재무구조 개선을 병행해 안정적인 회복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산업 구조 고도화가 맞물리며 과거의 단일 지배구조 방식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소유와 경영이 점차 분리되는 형태의 지배구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용두 성균관대 교수(삼일회계법인 고문)는 "지배주주가 확실한 대기업집단이라 하더라도 소유가 분산되고,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오너와 지배주주의 역량, 일반주주와의 관계 설정에 따라 변화의 속도와 방향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