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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19신고후 벌어지는 일…“응급의료·소방 신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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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12. 30. 17:48

'응급실 뺑뺑이' 정부 대책은
응급의료체계 관제탑 찾아
현장선 "해결 실마리 보여"
합당한 보상 및 충분한 지원 必
서울인천 광역
지난 29일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 내 서울인천 광역응급의료상황실 대시보드에 의료자원 현황이 게시돼 있다./보건복지부
"응급실 뺑뺑이(미수용) 문제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응급의료센터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이렇게 기대를 걸면서도 "응급의료 체계는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다단해서,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될 것 같았으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라며 "그런 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구급대원부터 병원 전원 단계까지 모든 응급의료 제공자의 역량 강화, 책임성, 질 관리에 대한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찾은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는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19 구급대원의 중증환자에 대한 병원 선정 요청을 시시각각 처리하는 상황실의 '관제탑'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설명이 이뤄졌다. 현행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EMS)은 119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해 환자를 평가하고 응급처치를 시행하며,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단계인 '병원 전 단계'와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센터 등 전문 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만약 해당 기관에서 수용이 어렵거나 상급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발생할 경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개입해 병원 간 전원을 조정하는 '병원 단계'로 나눠져 있다.

이날 찾은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은 당초 재난 상황 때 재난의료지원팀(디멧·DMAT)의 동원을 결정하는 상황실로 2014년부터 설치돼 운영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계속적인 응급환자 이송 지연과 응급 환자 중에 의료계 환경의 변화, 필수 의료 제공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가 그 병원에서 최종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는 일들이 계속 빈번해지면서 '지역 단위' 응급의료체계가 필요해짐에 따라 중증 환자의 전원에 관한 그리고 이송에 관한 업무들을 수행하는 6개의 광역상황실이 지난해 추가로 설치된 것이다. 이는 복지부의 '4차 응급의료 기본 계획'에 이미 반영되기도 했다.

이날 확인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시작된다. 우선 일반 의료기관으로부터 더 상급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의 전원 의뢰가 접수되거나, 소방청 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부터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한 사례에 대해 공동 대응 및 병원 선정 요청이 들어오게 되는 두 경로다. 상황실 모니터에는 병원별 응급의료자원 현황, 재난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뉴스 등이 시시각각 표시됐다.

구급상황관리센터로부터 공동대응을 요청받으면,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간호사나 응급구조사들로 구성된 '상황 요원'이 신속하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의료진들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요소들, 병원 위치 선정을 해야 되기 때문에 환자의 위치와 증상, 과거력, 활력 징후, 의식 등 중증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아 27개 중증 응급 질환 진료 가능 여부를 병원에 확인해 선정한다. 실제로 22주 쌍둥이 초산모가 조기진통으로 119 신고가 접수돼 병원에 수차례 사전의뢰를 했지만 미수용 답변을 받아 공동대응 요청이 들어온 건에 대해선, 해당 광역단위 의료기관 섭외가 지연되자 전체 광역상황실 공동대응을 개시해 타지역으로 신속히 병원 선정을 마치기도 했다.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은 "현재 응급 의료계 상황으로 인해 자원들의 제한이 많은데 이를 재배치하는 게 우리 상황실의 역할"이라며 "앞으로 중앙센터에서 수집하고 있는 실시간 병상 정보를 포함해 순환 당직 사업 등 다양한 응급의료 네트워크들을 시스템 안에서 플랫폼화하는 노력, 정보 시스템 개선이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수용능력 확인 등의 절차가 사라지거나 119구급대원이 직권 선정하게 되면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 이송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다"며 "이는 오히려 지금껏 쌓아온 응급의료체계를 역행하는 길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119구급대와 병원이 동일하게 사용하는 한국형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 도구인 '프리-케이타스'(PRE-KTAS) 체계를 신뢰하고, 오히려 (필수의료 자원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역별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응급의료센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응급의료기관의 진료 능력, 이송 거리를 고려한 우선 수용 권고, 해당 사례 형사적 면책 제공 등을 통한 해결이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현재 케이타스 1등급의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소방청과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겹치는 업무에 대해 업무 조정과 체계 정비는 남은 과제다. 지역 소방본부마다, 지역 의료 자원 차이에 따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규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역할의 분담 이런 부분들은 서로 좀 협력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조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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