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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죽었나”… 미중 안보 문서서 사라진 목표, 대안 ‘군축론’의 현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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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2. 07. 12:59

미중, 안보 문서서 '한반도 비핵화' 문구 삭제
갈루치 "북 핵능력 '인지', 군축으로 관리"
비건 "군축 전환시 동맹 충격, 되돌릴 수 없어"
사일러 "과거 협상도 군축 성격...김정은, '미 핵우산' 제거 노려"
미북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최근 각각 발표한 주요 안보 문서에서 이전과 달리 '북한 비핵화' 목표가 빠졌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일부 전문가가 북한 비핵화 협상보다 군축 협상이 현실적이라고 보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7년 내놓은 NSS에서 "우리는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할 것"이라고 했고,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의 NSS가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가시적인 진전을 만들기 위해 북한과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도 강화할 것"이라고 명시한 것과 차이가 크다.

중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이라는 제목의 백서에서도 2005년 9월 발표한 이전 백서와 달리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생략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중의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과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워싱턴 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3일 CSIS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 포럼'에서 '비핵화는 끝났는가(Is Denuclearization Dead?)'라는 다소 자극적인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북 비핵화 협상
시드 사일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왼쪽부터)·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가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CSIS가 3일(현지시간) CSIS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 포럼'에서 '비핵화는 끝났는가(Is Denuclearization Dead?)'라는 주제로 토론을 펼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미·중 안보 문서서 사라진 '북 비핵화'...갈루치 전 북핵 미 대표 '비핵화 협상 비현실적, 군축 협상 전환' 주장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비핵화'를 당면한 협상 목표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비핵화가 장기적인 목표일 수 있지만, 북한의 핵 능력과 의도를 고려할 때 당장은 '군비 통제(Arms Control)'와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갈루치 석좌교수는 "현재 북한의 의도와 능력을 모두 봐야 하는데, 그 능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보유국임을 분명히 했고, 이를 헌법에 명시돼 영구적으로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가 여전히 적절한 (협상의) 목표인가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라고 강조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도 지난 35년의 비핵화 외교가 북한 정권의 내구성과 핵무장 의지를 과소평가했고, 제재 효과를 과대평가해 실패했다며 지금은 문제 해결보다 관리 단계로 넘어가 억제와 평화적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 비핵화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3일(현지시간) CSIS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 포럼'에서 '비핵화는 끝났는가(Is Denuclearization Dead?)'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군축, 북 핵보유국 인정"...비건 "군축, 돌아올 수 없는 강"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군축' 협상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recognize) 것을 전제로 해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위배되고, 한국이 수용하기 힘든 접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갈루치 석좌교수는 북한을 합법적인 핵보유국으로 수용하는(accept) 것과 인지하는(acknowledge)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군축 협상을 하되 장기적 목표로서 비핵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았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은 갈루치 석좌교수의 논리가 현실에서는 '2차·3차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외교관들은 '수용'과 '인지'의 차이를 이해할지 모르지만, 한국과 일본의 대중과 정부는 이를 '미국의 정책 변경'으로 해석해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군축 협상으로 전환하는 순간 북한은 단순히 자신들의 핵무기만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주한미군, 전략 자산, 훈련 중단 등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번 우리가 이것(군축 협상)을 하면 다시는 (비핵화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이사장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측하기 어려운 일련의 연쇄 반응을 촉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나단 프리츠 미국 국무부 선임 부차관보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철통같은 한미동맹의 3가지 핵심 분야로 확장억제(핵우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 인도·태평양 지역 문제 협력을 제시했다.

갈루치
시드 사일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왼쪽부터)·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CSIS가 3일(현지시간) CSIS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 포럼'에서 '비핵화는 끝났는가(Is Denuclearization Dead?)'라는 주제로 토론을 펼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사일러 전 국가정보위 북한 담당관 "북한 비핵화 집착 탓 협상 실패, 신화...협상, 군축 성격"
"김정은, 미 확정억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고 해"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 출신으로 이날 사회를 맡은 시드 사일러 CSIS 선임고문은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비현실적인 목표, 완벽함(the perfect)에만 집착(Laser focus)하느라, 단계적 접근이나 군축 같은 현실적인 차선책(the good)을 놓쳤다는 잘못된 신화(Myth)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 협상이 실제는 군축 성격을 띠고(flavor of arms control)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6자 회담·윤달 합의(2012년 2월 29일), 심지어 싱가포르(2018년 6월 12일)·하노이(2019년 2월 27~28일) 회담까지 모든 접근법은 항상 '군축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며 "이는 신뢰할 만한 신고, 현재 활동의 중단, 무기고 규모에 대한 논의, 그리고 무기고 규모 축소와 불능화 및 해체로 이어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일러 고문은 북한과 협상이 되지 않는 이유로 김정은이 미국의 확장억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마법 같은 군축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김정은이 지금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정은의 주장은) '아무도 자신의 무기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데 왜 우리만 해야 하는가. 한반도 핵 위험의 진짜 근본 원인인 미국의 확장억제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제 원장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부터)·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가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3일(현지시간) CSIS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 포럼'에서 '비핵화는 끝났는가(Is Denuclearization Dead?)'라는 주제로 토론을 펼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조병제 전 원장은 북한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영역(comfort zone)'에서만 외교에 나서고, 압력이 심해지면 위기를 조성해 중국의 개입을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조 전 원장은 "북한은 얻을 것이 있고, 안전지대 내에 있을 때만 협상한다"며 "외부 압박이 그 한계를 넘어서면, 중국이 결국 자신들을 구해주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협상장을 떠나거나, 위기를 조성한다"고 말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직 죽은 게 아니"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상황과 북한의 태도를 볼 때 매우 비관적이라고 진단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 대화할 유인(incentive)이 전혀 없다며 개방이 오히려 '김씨 왕조' 체제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 비핵화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죽었다'라는 건 꽤 절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리 희망적(promising)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왕조 입장에서 (개방을 통해) 시민들이 오가고, 외국 사업가들이 드나드는 것이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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