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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와 AP·채널뉴스아시아(CNA) 등에 따르면 핫야이는 최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혼란에 빠졌다. 도로는 거대한 강으로 변했고 병원 1층이 물에 잠겨 중환자들이 헬리콥터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핫야이 병원은 전력 공급 위기로 산소탱크 등 필수 장비 가동이 어려워지자 군 헬기를 동원해 중환자 50여 명을 다른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수천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건물 옥상이나 호텔 고층으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붕을 뚫고 나온 가족들이 구조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드는 다급한 모습이 공유되기도 했다. 태국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군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차크리 나루에벳호까지 구조 및 구호 물품 수송 작전에 투입했다.
태국 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핫야이 지역에는 하루 동안에만 335mm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이 지역 기상 관측 사상 "300년 만에 한 번 있을 법한 강우량"이다. 이후 사흘간 누적 강우량은 630mm를 넘어섰다.
이번 홍수로 태국 남부에서만 최소 33명이 사망하고, 27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경을 맞댄 말레이시아 북부 역시 11월 몬순 시즌과 겹치며 2만 5000 명 이상이 대피소로 피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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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중부는 10월부터 이어진 홍수로 90명 이상이 숨졌고, 필리핀은 한 달 새 2개의 슈퍼 태풍을 맞았다.
인도네시아 역시 수마트라섬 북부 지역에서 최근 쏟아진 폭우로 산사태와 홍수가 잇따르며 27일 현재까지 최소 23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실종된 상태다. 시볼가시와 타파눌리군 등지에서 산사태가 마을을 덮치고 주택 2000여 채가 침수되면서 이재민도 속출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전역이 왜 동시에 이런 물난리를 겪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두 가지 거대 기후 현상의 '불길한 만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한다.
현재 동남아시아 상공은 거대한 '습기 엔진'이 된 상태다. 태평양의 수온 변화로 비구름을 몰고 오는 '라니냐' 현상과, 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져 수증기를 뿜어내는 '음의 인도양 다이폴(Negative IOD)' 현상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국립대의 프레돌린 탕강 교수는 "두 대양에서 동시에 공급된 막대한 습기가 극한 강우의 연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가 기름을 부었다. 아시아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르다. 더 따뜻해진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되는데, 이것이 결국 결국 핫야이에 쏟아진 '300년 만의 폭우'나 필리핀을 덮친 '슈퍼 태풍'과 같은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리 수프라티드 태국 랑싯대 교수는 "이번 홍수는 기후 위기의 속도가 인간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과거의 방재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경고했다. 라니냐는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동남아시아의 수해 피해 역시 계속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