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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희생자 현황을 발표하며, 현재 45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도 포함됐다. 다만 소방당국은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불은 전날 오후 2시 52분께 발생해 단지 8개 동 중 7개 동으로 번졌으며, 일부 건물은 10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진화됐다. 화염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던 탓에 주민 수백 명이 탈출하지 못한 채 내부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당국은 관광버스와 인근 학교를 임시 대피소로 가동하며 약 900명의 주민을 외부로 이동시켰다.
경찰은 화재 당시 건물이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홍콩은 고층 주거 건물이 밀집해 있고, 노후 공공주택이 많은 도시 특성상 보수 공사가 상시 이뤄지는 구조다. 구조 변경과 외부 공사용 설비가 이번 참사의 피해 규모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과실치사 혐의로 공사 책임자 3명이 체포됐다.
당국은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가연성 보호망·방화포·비닐막 등이 불길을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지게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홍콩 건설 현장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는 강풍에 취약하고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나무 비계는 올해에만 홍콩에서 최소 3건 화재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의 건축 환경과 시공 관행이 피해 확산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현지 언론들도 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용해 "대나무 비계가 화재 상황에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또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민 증언을 전했다. 건물 내부에서는 스티로폼 단열재가 발견됐으며, 환풍구 내부까지 가연성 소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참사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악의 화재 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홍콩 당국은 긴급 경보 단계를 최고등급인 5급으로 상향했는데, 이는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화재 여파는 정치·사회로도 번지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홍콩 입법회 선거 활동이 전면 중단됐으며, 이달 말 개최 예정이던 '엠넷 마마 어워즈'를 포함한 각종 대형 행사도 취소 또는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