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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두 축 ‘에이피알·아모레’… 美로 무게추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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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5. 11. 06. 17:44

미국발 성장세에 3분기 미소
에이피알 순이익 746억 366%↑
단일국가 매출 첫 1000억 돌파
아모레퍼시픽 脫중국전략 적중
'미주 매출 순항' 영업익 41% ↑
연말 특수효과 4분기도 청신호
K뷰티 산업의 무게중심이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 3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낸 시가총액 상위 K뷰티 두 축, 아모레퍼시픽과 에이피알이 모두 미국 시장에서 약진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미국발 성장세가 K뷰티의 새 성장 공식을 보여주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859억원, 영업이익 9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22%, 253% 증가한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이다. 순이익은 746억원으로 366% 급증했다.

성장 동력은 단연 미국이었다. 3분기 미국 매출은 전년보다 280% 오른 150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9%를 차지했다. 단일 국가 기준 처음으로 분기 1000억원을 돌파한 수치다. 지난 8월 아마존 '프라임데이' 흥행과 미국 뷰티 편집숍 '얼타뷰티(ULTA)' 전지점 입점 효과가 주효했다. 신재하 에이피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홀세일 기준 약 70억~80억원의 얼타 리오더 매출이 3분기에 인식됐다"며 "현재 얼타 전체 브랜드 중 톱10, K-뷰티 브랜드 중에서는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발 관세 부과도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신 CFO는 "3분기 미국산 관세는 전사 매출의 약 1% 포인트 수준으로 30억원대 중후반이 비용으로 인식됐다"고 밝혔다. 다만 판매관리비 등 항목의 효율화로 이익률 방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11월 말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 등 연말 특수를 앞두고 있으며 프로모션 성과에 따라 4분기 매출이 4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082억원, 영업이익은 10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8%, 39% 올랐다. 뷰티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확산이 그룹 전체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1조169억원, 영업익 9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41% 올랐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43.4%로, 이 중 미주에서 156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가장 큰 비중(15.4%)을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대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을 앞세워 중국 내 K뷰티 열풍을 주도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소비 둔화와 로컬 브랜드의 급부상으로 성장세가 꺾이면서, 중국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 시장이 흔들리자, 회사의 매출 구조 전반이 불안정해졌고 중국 편중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리밸런싱'을 경영 화두로 내세우며 시장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을 확대한다는 전략이었다.

미국 공략이 가장 적극적으로 전개됐다. 미국 내 '라네즈'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스킨케어 브랜드 '에스트라'와 '한율'은 올해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에 동시 입점하며 현지 시장에 본격 안착했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는 뉴욕과 LA 등 주요 백화점에 잇따라 매장을 열며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특히 설화수는 최근 3년간 미국 시장에서 연평균 약 2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인수한 코스알엑스 역시 올해 상반기 매출액 1983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을 내며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이끄는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포트폴리오 전환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5년 사업연도(24년 7월~25년 6월) 기준 회사의 미주 지역 매출 비중은 32%로 중국(28%)을 넘어섰다.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클린 뷰티'와 '스킨사이언스' 트렌드에 맞춘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부문에서 글로벌 톱3 진입과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을 목표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글로벌 성장 가속, AI 기반 경영 혁신을 통해 글로벌 대표 뷰티 & 웰니스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LG생활건강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한때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K뷰티를 대표하던 LG생활건강은 중국 소비 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5% 감소, 영업이익은 36% 이상 줄었다. '포스트 차이나' 전략 부재가 장기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중국 의존도를 탈피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유통업계 역시 미국발 흐름에 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올리브영은 내년 초 LA에 첫 매장 오픈 계획을 예고하며 미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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