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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걷히자 글로벌 행보… ‘사즉생’ JY 리더십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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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10. 21. 17:54

[이재용 3년, 족쇄 푼 100일上]
'스타게이트' 참여로 AI 인프라 주도
메모리반도체 1위·폴더블폰 실적 ↑
전장·AI 등 M&A로 성장동력 확보
사회공헌·순회전시까지 영향력 확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후 3년의 시간 동안 급변하는 생성형 AI 패러다임에 올라타고, 또 주도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1등 삼성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고 실적 부침도 컸다. 발목을 잡아 온 족쇄 중 하나는 사법 리스크였다. 글로벌 리더들, 파트너들과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 전략에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에 서초동은 끊임없이 이 회장의 활동을 제약해 왔다. 변곡점은 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은 7월이다. 멈췄던 M&A가 다시 시작됐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글로벌 광폭 행보가 이어졌다. 다시 메모리반도체 왕좌에 올라서고 폴더블폰 역시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위기에 나온다는 삼성의 진짜 실력은 이제부터 펼쳐질 전망이다. 오픈AI·브로드컴·AMD 등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본격화하고 있고 특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AI 시대를 주도할 중요한 발판이다. 이 중심에는 이 회장의 조용하면서도 강한 리더십이 작용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내부에서는 이 회장이 2014년부터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해 온 만큼 27일 공식 취임 3주년이라는 시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10년 이상 삼성의 경영 책임을 맡아왔으며 중요한 것은 기념일보다 실적과 성장 동력 확보"라며 "올해 초 제시한 '사즉생(死卽生)' 메시지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큰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25일이면 그가 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은 지 꼭 100일이 된다.

◇글로벌 무대 복귀…달라진 행보

이 회장은 석 달 동안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보였다. 지난 7월 초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린 '앨런앤드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미디어·테크 기업 수장들과 교류한 것을 시작으로,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D.C.를 잇달아 방문해 주요 빅테크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같은 시기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에도 동행해 미국 정치·경제 네트워크를 넓혔고 이후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 반도체·IT 고객사 및 투자자들과 접촉했다. 10월 중순에는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TED)에 참석했으며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국내 대표 기업인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골프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달 말에는 APEC CEO 서밋에서 주요국 정상들, 글로벌 기업 대표들과 마주 앉는다.

이 회장이 8월 미국을 찾은 기간 동안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체약을 체결했다. 또한 이달에는 오픈AI와 전략적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및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본격 참여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S·삼성물산·삼성중공업도 참여해 그룹 차원의 역량을 총결집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50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와 연결되며 글로벌 AI 인프라 공급망에서 삼성의 존재감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글로벌 인사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정상급 외교에 동행하며 폭넓은 네트워크를 쌓아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과 전략 파트너십 재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활동이 단기 성과뿐 아니라 시장 신뢰 회복, 주가 반등, 기술 협력 확대 등 가시적인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신사업·사회공헌까지… 삼성의 무게를 다시 세운다

약 8년간 멈춰있던 M&A 시계도 다시 움직였다. 지난 5월 미국 마시모(Masimo)의 오디오 사업부와 유럽 최대 공조업체 플랙트그룹 인수를 시작으로 7월에는 미국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젤스(Zellus)를 연달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전장, AI, 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 본격화된 것이다.

사회공헌 역시 삼성 리더십의 한 축이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를 맞아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 다음 달부터 미국·영국·유럽 주요 미술관에서 해외 순회 전시에 나선다.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과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에 1조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다음 달 미국으로 출국해 '이건희 컬렉션' 순회의 시작을 함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총수 리더십이 전면으로 복귀한 만큼, 이제는 이 회장이 직접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홍기용 교수는 "지금까지는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과 외연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구체적인 기술 전략과 신성장 로드맵을 통해 산업 전반이 예측 가능한 환경을 확보하는 동시에, AI 공급망 경쟁에서 점유율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하고 계열사 간 전략적 결합을 추진한다면 '이재용 시대'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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