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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의 서울ON] 주택공급 속도전 나선 서울시-은마아파트가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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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승인 : 2025. 10. 15. 06:00

공급확대-속도전, 신통기획 2.0
46년된 은마, 5893가구 재건축 본격 시동 의미
집값 영향, 수급 문제보다 부동산 심리와 구조 영향
속도만큼 부동산 심리 자극 억제 방향도 깊이 고민해야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현장
서울시가 지난 13일 정비사업 속도를 높인 '신속통합기획2.0' 첫 적용단지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결정했다. 46년 된 강남 대표 노후단지인 은마아파트는 이번 결정으로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에 돌입하게 됐다. 사진은 은마아파트 전경/정재훈 기자
박지숙의 서울ON 컷
서울시가 주택공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은 재건축·재개발 기간을 최대 6년 반 단축해 공급을 늘리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강남 3구를 비롯한 한강벨트의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을 법 한도까지 올려 '더 빨리, 더 많이 짓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런 고밀·고층 개발이 과연 주거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오히려 인프라 부담과 환경 악화, 주변 지역의 가격 자극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도 지적돼 왔다. 게다가 고층·고가 아파트는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조합원 분담금까지 높여 무주택자는 '영끌'도 힘들고, 조합원조차 대출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믿는다. '아파트가 들어서면 값이 오른다'는 믿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이를 '부동산 행동경제 심리 구조(behavioral real estate psychology)'라고 설명한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결합해 형성된 심리적 구조다. 때문에 집값은 숫자보다 기대와 불안이 만든 서사적 결과이며, 이 심리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시장을 제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최근 이 시장의 심리를 '공급 확대'로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신통기획 2.0 첫 적용단지로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결정한 건 꽤나 상징적이다. 1979년 준공돼 46년이나 된 은마 재건축은 이제 최고 49층 5893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탄생한다. 특히 기존 677가구에서 역세권 용적률 특례를 적용받아 공공임대 231가구, 공공분양 182가구가 추가되며 총 1104가구로 늘었다. 전체 5893가구 중 약 18%가 공공물량이다. 일반분양은 400가구에도 못 미친다. 공급확대를 공공물량에 초점을 맞춘 것은 집값 안정화를 견인할 장치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부에서 벌써부터 "은마임대냐"는 불만이 나온다는 점이다. 집을 자산으로 바라보는 강한 심리가 공공임대를 '눈 아래'로 보는 것이다. 공공임대는 여전히 '내 집'이 아니라 '남의 집'으로 구분된다. 이에 이 인식의 벽을 허무는 일 또한 속도전만큼이나 집값 안정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물론 재건축·재개발이 하세월인 서울의 특성상, 이번 신통기획 2.0 첫 적용을 강남 은마아파트로 결정한 건 정무적으로 영리한 선택이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속도전'을 내세워 중앙정부와 차별화하며 '서울은 다르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주택공급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은 서울 유권자들의 마음을 훔치기 좋은 타이밍이다.

하지만 부동산 자극 심리를 외면한 채 속도만으로는 집값 안정화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가 진짜 집값 안정을 원한다면, 더 많이 지을 곳을 찾고 속도를 내는 것만큼 부동산 심리와 구조를 치밀하게 연구하고 대응하는 전략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집값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대와 불안, 그리고 제도의 결과가 만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집값도 잡고 서울 유권자의 마음도 잡기 위해서는, 속도만큼 구조를 바꾸는 데에도 전력을 쏟아야 한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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