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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만에 한자리 모인 북중러… ‘新냉전·反서방’ 체제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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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9. 03. 17:56

시진핑, 트럼프 견제 기조에 태도 전환
북·러와 밀착 과시… 상징적 장면 연출
北, 미 협상 위해 '안러경중' 노선 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타스 연합
북중러 정상이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면서 66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북중러의 전례 없는 연대 속에서 진행된 3국 정상의 만남은 '신(新) 냉전·반(反)서방' 체제의 고착화라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부터 70분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올랐다. 시 주석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김 위원장이,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섰다. 냉전시절 공산권 진영의 주축이었던 이들은 '밀착'을 과시하며 미국 중심의 서방 국가들에 함께 대항하겠다는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선 것은 탈냉전 뒤 처음으로, 옛 소련 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 회동 이후 66년 만이다. 반면 외국 주요 내빈 중 미국과 서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주요 지도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불법 파병 등으로 '불량국가' 꼬리표가 붙은 러시아, 북한과의 밀착을 경계해 왔던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기조에 태도가 달라졌다. 중국은 반미·반서방 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시 주석은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미국 일극 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국제 질서 구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의 참석이 반서방·반트럼프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분석했다. 양 석좌교수는 "반서방·반트럼프 기조 최일선에 있는 북한의 참석으로 중국 내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양손을 맞잡으며 환대한 것은 시 주석 입장에서 향후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북중관계를 복원시키겠다는 복안"이라고 했다. 시 주석의 북한 답방 가능성에 대해선 "10월 APEC 정상회의에 먼저 참석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다만 북측에 미리 양해를 구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북미회담 등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면서 중국, 러시아 한쪽에만 밀착하지 않는 북한판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와, 경제는 중국과 밀착한다는 의미) 노선을 택한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러관계가 북중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기울어진 외교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날 열병식 후 개최된 양자회담에서 밀착을 과시하며 관계를 재확인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양국 관계가 우호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사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러시아 지원은 형제의 의무라면서 북한이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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