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러시아 승전 배경에 북 파병군 희생 강조...대러 몸값 불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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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는 지난달 22일 파병 전사자 101명에게 메달을 수여했다고 보도한 지 일주일 여 만인 지난달 30일 두 번째 추모 행사를 열었다고 전했다. 이 행사를 통해 파악된 전사자 영정의 수는 240여 개로, 현재까지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된 파병 전사자의 수는 340여 명인 셈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월 파병 북한군의 피해 규모에 대해 사망자 600여 명을 포함한 4700여 명이라고 밝힌 바 있어 추가 추모 행사가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더해 북한 당국은 러시아 파병과 관련된 전투 영상 기록물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파병 군인들의 무모한 작전 수행과 '자폭'을 '영웅담'으로 꾸미고 이를 통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31일 조선중앙TV는 영상을 통해 "적들의 포위에 들게 되자 서로 부둥켜안고 수류탄을 터뜨려 영용하게 자폭했다"고 전사자들을 추켜세웠다. 지뢰 매설 구역을 맨몸으로 개척하고 자폭 드론을 맨몸으로 막은 사례도 영웅담으로 포장했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기억하리'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28일 북한군을 러시아 쿠르스크 해방작전에 참전시킬 것을 결정하는 문건도 등장한다. 북러가 '포괄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지 두 달여 만에 파병이 결정된 것이다. 해당 영상에는 러시아군이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북한군의 피해가 확대됐다는 문건도 등장했다.
북한의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일종의 '대러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북러 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대한 '파병 청구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최근 북한이 공개한 영상의 메시지는 북한의 희생을 통해 러시아가 승전했다는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협상을 앞두고 일종의 몸값을 불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