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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출산율 1.16명 ‘역대 최저’…236개국 중 22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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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3. 20. 11:39

1992년 대비 53.7% 감소
더 낮은 국가는 한국 등 14개국
전문가들, 경제적 부담 원인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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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비냐 델 마르 시(市)의 캠프 펠리페 카밀로아가 거리에서 두 여성이 아이와 함께 걷고 있다./EPA 연합
아시아투데이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남미의 '경제 모범생' 칠레의 출산율이 역대 최저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저하를 국가가 직면한 도전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는 18일(현지시간) 칠레 통계청(INE)이 발표한 2022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2022년 1.25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2023년엔 1.16명으로 더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칠레에서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 수치다. INE는 이번 보고서에서 확인과 수정을 완료한 2022년 공식통계와 2023년 잠정조사치를 함께 발표했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칠레의 2023년 합계출산율은 1992년과 비교해 무려 53.7% 감소했다. 236개 국가 중 222위다. 칠레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곳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14개국이다.

INE에 따르면 2022년 신생아는 총 18만9303명으로 전년에 비해 6.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생한 신생아 급감 이후의 반동효과일 뿐이며 추세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실제 칠레의 2023년 신생아는 17만4067명으로 잠정 집계돼 전년 대비 다시 감소세(-8%)로 돌아섰다.

칠레의 합계출산율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데는 경제적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다.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 출산을 꺼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마티아스 고메스 칠레중앙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과거엔 20대에 가정을 이루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젠 경제적 이유로 30세 이후로 (결혼·출산) 계획을 미루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며 "인생 계획에 반드시 출산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날로 적어지고 있어 아예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티나 요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성불평등, 출산 후 고용시장에서 여성이 받게 되는 불이익 등 출산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많다"며 "사회구조적 여건 때문에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합산출산율이 낮아지면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심화된다. 현지 언론은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2050년부터 칠레의 인구가 줄 것이라는 전망이 그간 우세했지만 출산율 저하에 가속이 붙고 있어 인구 감소 스타트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인구 감소를 늦추려면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민여성의 출산이 비율적으로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신생아 21만9186명 중 이민여성이 출산한 신생아는 1만5176명으로 전체의 6.9%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전체 신생아 18만9003명, 이민여성이 출산한 신생아 3만5864명으로 비율이 18.9%까지 급등했다.

현지 언론은 "적극적으로 이민을 수용하면 인구 감소가 다소 지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교육, 복지,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적 대비를 지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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