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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첨단산업 강국의 전제조건, 산업기술 R&D의 국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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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8. 10. 16:36

장영진 1차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가운데 필자는 지난주 스탠퍼드 대학 등 미국 내 최첨단 연구현장을 살펴보고 현지에서 개최된 한미과학기술자대회(UKC)와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설명회 등에 참석해 R&D 국제화에 대한 국내외 연구자의 생생한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해외 연구자들은 우리나라와 국제공동 R&D 추진에 대해 높은 관심과 참여 의지를 보이면서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협력 과제들을 다수 제시했다. 일례로 예일 대학의 마크 솔츠만(Mark Saltzman) 교수는 약물의 인체 전달을 위한 최첨단 나노입자 기술을,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김상배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유압 방식이 아닌 전기로만 구동되는 휴머노이드 기술을 발표했다.

또한 일부 한인 박사과정 학생들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등 일부 분야에 국한해 R&D를 수행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미국처럼 폭넓은 R&D 주제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스탠퍼드·뉴욕 크리에이츠 등 미국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단기 또는 일회성의 국제협력보다는 국내 기업과 장기적 협력이 가능한 기술협력 거점 구축을 희망했다.

이러한 협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해외 연구자의 국내 R&D 참여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해외 연구자가 우수 과제를 제시해도 그 과제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고 복잡한 절차로 연구 이외의 불필요한 행정부담도 큰 상황이다. 국제공동 R&D를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세계적인 해외 연구자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늘어난 R&D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한 점이 뼈아프다.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는 전체 30조7000억원이고 이 중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5조6000억원으로 양적인 면에서는 어느새 세계 5위권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파괴적인 기술개발은 적고 쉬운 연구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으며 R&D 예산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산업부 R&D 참여 연구자는 2만6000여명으로 정체되어 있다.

물론 경직된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국내 R&D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해외 연구자가 국내 R&D에 관심이 있어도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결과적으로 R&D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부는 전체 산업기술 R&D를 해외 연구자에게 전면 개방하고 이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과제 기획과 선정평가 과정에 해외 연구자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등 국내외 연구자간 차별을 없애는 한편, 복잡한 문서를 간소화하고 영문서식을 도입하는 등 국내 R&D 프로세스도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적인 석학과 최우수 연구기관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 R&D에 대한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재미한인과학자들과 유학생들은 한미 국제공동 R&D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국내 R&D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해외 연구자와의 충실한 가교 역할도 다짐했다.

물론 국내 산업기술 R&D를 해외 연구자에게 전면 개방하는 것에 대해 일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R&D의 근본 목적이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든 외국이든 효율적인 R&D 수행을 통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 군이 국가 방위를 위해 반드시 국산 무기만을 고집하지 않고 해외 무기도 적절히 도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로 한미동맹의 지평이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된 이후 산업부는 구체적인 한미간 R&D 협력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해외 연구자의 높은 관심과 열렬한 반응을 직접 확인한 만큼 이를 토대로 산업부는 연내에 미국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과제를 구체화하고 필요한 법령 정비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위기는 '위대한 기회'의 준말이라고 하는 것처럼 R&D 국제화로 다시 한번 도약하는 우리 산업의 밝은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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