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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우선매수권’ 추진에…전문가들 “효과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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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현 기자

승인 : 2023. 04. 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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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유예 법적근거 없어 강제 못해
임차인, 최고가 낙찰가땐 피해 커져
우선매수권 입법 필요…실현 미지수
다른 취약층과 형평성 논란 일 수도
"장기 저리대출은 현실적 방안"
전세사기 당정-18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photolbh@
정부와 여당이 20일 당정 협의회를 통해 내놓은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우선매수권 부여와 저리대출 지원 등의 대책은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전국 단위 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물론 이미 확정돼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인 대책으로는 피해자 구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이라는 자산 특성상 권리관계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은행 등 금융기관 등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데다 저소득층 등 다른 취약층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현재 피해자들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만 즉각 실현될 지 미지수다. 입법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피해자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20일부터 은행은 물론 비은행권까지 모두 포함해 전세 사기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 대해 6개월 이상 자율적 경매 및 매각 유예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이란 임차인이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됐더라도 임차인이 해당 낙찰금액을 법원에 내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정 기간 경매 절차를 늦춰 피해자가 시간을 벌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경매 유예 조치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정당한 채권 확보를 위한 경매 진행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경매 유예와 관련해 금융기관 등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를 실행해도 향후 배임 등의 문제가 없도록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 채권을 가진 기관들이 경매 유예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간 부실채권 시장은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데다 의사 결정 단계가 한 단계 더 멀어져 협조 요청 시 적극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피해 주택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이미 채권을 추심업체에 넘기기도 해 형평성 문제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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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수권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임차인 우선 매수청구권은 작전세력 간에 저가 낙찰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최고가에 낙찰받아야 한다. 예컨대,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주택의 감정평가액이 1억원으로 책정됐더라도 입찰 경쟁이 치열해 1억5000만원에 낙찰됐을 경우 임차인은 1억5000만원을 내야만 해당 집을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경매 유예 조치와 우선매수권이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전세 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대항력이 없어 경매 유예 조치와 우선 매수권 조치가 얼마만큼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며 "현재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은 공공 매입이 아니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 주택을 공공기관이 매입하는 것은 여당에서 반대하는 사안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공공이 손해를 감수하며 매입하더라도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 근본적인 피해자 구제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악성 임대인 채무를 공적 재원으로 대신 변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주택 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도록 돕기 위해 저금리 대출을 장기간에 걸쳐 지원토록 한 것은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대책"이라며 "정부 공적기금이나 보증을 활용해 피해자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에 대출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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