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 전투기 지원 요청할듯
미 의회 내 전투기 등 우크라 군사 지원 강화 목소리
전투기 지원 반대 미 행정부 기류 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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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 구역 설정과 전투기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 젤렌스키 대통령, 미 상·하원 앞서 연설...우크라 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전투기 지원 요청할 듯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16일 오전 9시(미국 동부시간·한국시간 오후 10시) 상원과 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화상으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일 300명가량의 미 상·하원 의원들과 화상 면담을 했었다.
낸시 의장은 이날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뉴욕 의원들과 함께 한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그들의 민주주의와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 지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특권”이라며 의원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하게 된 것에 ‘흥분됐다(thrilled)’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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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5일 면담 때 요청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우크라이나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 구역 설정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항공기·드론·방공 미사일 등 추가적인 군사 지원을 요청했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이 8일 영국 하원을 대상으로 한 화상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 연설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명대사를 인용하면서 의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극적 연출을 한 장면이 이번에도 연출될지 주목된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비행금지 구역 설정에 대해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결을 초래해 핵전쟁을 포함한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위험성이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아울러 폴란드가 자국 공군이 보유한 28대의 미그-29 전투기 전부를 독일 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배치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도록 하고, 대신 F-16 등 미국산 전투기 제공을 요청한 것에 대해 러시아와의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잇단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 문제에 대해 나토 동맹 및 군사 자문단과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과 다른 대공 시스템 지원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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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계기로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의회 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등 군사적 지원 강화 목소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58명이 참여하는 초당적 ‘문제 해결 의원 코커스’는 전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군사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그 지역에서의 러시아의 이점이 조만간 영공 장악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의 미그-29 전투기 인도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상원의원 40명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별도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통신 장비·의료품을 제공하지 않아 푸틴 대통령이 이익을 얻도록 놔둘 수 없다며 군사적 지원을 압박했다.
하지만 민주·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전쟁이 확전돼 결국 미군이 러시아군과 직접 충돌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에 깊이 우려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군 투입이나 우크라이나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 구역 설정에 선을 그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이날 전했다.
앞서 미 의회는 11일 1조5000억달러(1860조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우크라이나와 주변 국가에 대한 군사·인도적 지원을 위한 136억달러(16조8500억원) 예산을 포함시켰다.
미국이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총 군사 원조는 12억달러(1조487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