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드론 지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요청
미, 동유럽 보유 미그지, 우크라 이동 검토
미 초당파 의원, 러 원유 수입 금지 지지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초당파 연방 상·하원의원들과 약 1시간에 걸친 비공개 화상 면담에서 이번이 살아있는 자신을 보는 것이 마지막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영공의 비행금지 구역 설정, 항공기·무장 무인기(드론)·방공 미사일 등 추가적인 군사 지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등을 요청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 젤렌스키 대통령 “항공기·드론 가장 도움”...미, 나토 동유럽 회원국 보유 소련제 미그기, 우크라이나 이동 검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필사적인 간청을 했다”고 전제하면서 그는 미국이 동유럽 동맹국의 전투기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길 원한다며 “나는 행정부가 전투기들의 이동을 가능하도록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미국이 지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구소련 블록 동유럽 국가가 보유한 소련제 미그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대신 미국산 F-16s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미그기 조종 훈련을 받아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군사 지원 종류를 묻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의 질문에 항공기뿐 아니라 드론이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는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의 마을 코르초바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만난 후 전투기 지원을 시사했다고 AP는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모든 것에 관해 논의했고, 협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전례가 없고, 계속될 뿐만 아니라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폴란드와 동유럽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그기 지원 방안은 F-16s 재고 부족과 미국의 차용 증서(IOU) 발급, 다음 F-16s 선적지로 대만 예정 등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사망하거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주)은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방안에 관해 질문했고,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는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며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부문 제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공화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점점 더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금까지 원유 가격 상승을 우려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비자 및 마스터카드 결제망에서 차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 직후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는 이날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화상 면담에는 주말인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상·하원 의원 535명 가운데 60%가량이 참석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당신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에 고취됐다”고 했고, 일부 의원은 면담 말미에 ‘슬라바 우크라니(Slava Ukraini·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고 외치며 응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의회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100억달러의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