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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포기, 다시 시험대 오른 檢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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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11. 09. 22:21

'항소 필요' 입장 檢…최종 항소 포기 결정
수사팀 반발…포기 하루 만에 지검장 사의
李 사건과 맞물려 '정치적 지휘' 논란 불가피
"항소 뒤 사퇴했어야"…지검장 행보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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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계기로 검찰개혁이 약속했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오히려 더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연루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서 내부 결재까지 마친 항소장이 지휘부의 결정으로 제출되지 못했다. 김영석 대검찰청(대검) 감찰1과 검사는 9일 "대검 차장과 반부패부장,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렸다"고 공개 비판했다. 진보 세력이 추진한 검찰개혁 이후에도 검찰의 독립성과 지휘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 5명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지난 7일 포기했다. 항소 포기를 둘러싼 7일 밤 검찰 내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수사팀의 항소 결정은 부장검사·4차장·검사장까지 결재가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항소장 제출 마감 약 4시간 전 대검이 돌연 '재검토'를 지시했고, 마감 7분 전 최종 불허 결정이 내려지면서 항소장은 끝내 제출되지 못했다. 수사팀은 다음 날 새벽 3시 22분 이례적으로 언론 공지를 내 강한 반발 의사를 밝혔고, 불과 8시간 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부분만 심리하게 됐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검사가 상소하지 않으면 상급심은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피고인들만 삼심제의 혜택을 누리게 됐고, 검찰은 자발적으로 단심제에 머물렀다.

검찰이 주장한 수천억원대 부당이득 환수도 불가능해졌다.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 원을 가져간 반면, 민간업자들은 7886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 검찰은 이를 부당이득으로 보고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1심 재판부는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했다. 이로써 인정된 배임액은 473억원에 그치게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의견 개진'이라는 이름으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정치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법무부의 개입 논란을 일축했다. 반면 정 지검장은 "대검의 결정을 수용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은 달랐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무부가 정식 수사지휘든 '의견 개진'이든 어떤 형태로든 사건에 개입했다면, 그 자체로 정치검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장동 사건은 심리가 중단된 이 대통령의 재판과도 맞닿아 있다. 검찰은 2023년 3월 이 대통령을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기소하며 '정경유착의 정점'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장기간 금품 제공 등으로 형성된 유착 관계에 따라 벌인 부패 범죄"라고 판단하면서도 이 대통령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이 대통령이 대장동 사업을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해 온 것과 달리 1심 재판부는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사업'이라고 명시해 향후 재개될 수도 있는 이 대통령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처럼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검찰의 항소 절차는 더 독립적으로 작동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청법 제7조 1항은 '검사는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2항은 '지휘·감독의 적법성이나 정당성에 이견이 있을 때 검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공식적인 이의 제기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결국 법이 보장한 내부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검찰 스스로 제도적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정 세력에게 유리하면 독립성이고, 불리하면 반개혁이냐"는 반발이 나온다. 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청 폐지 논의와 국정감사를 거치며 지휘부의 무력감이 극에 달했고, 이를 지켜보는 일선 검사들의 냉소도 깊어졌다"며 "사석에서는 검찰 지도부를 향해 '한심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 역시 "정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려 했다면 최소한 수사팀이 항소할 수 있게 한 뒤에 책임을 지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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