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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속 불어난 중기대출… 한계기업 급증에 부실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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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0. 19. 17:54

하나·우리금융, 5년간 180조 투입
5대 은행 중기대출 석달간 7조 늘어
한계기업 비중 17%… 10년래 최고
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응 강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석 달 동안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이 7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하는 기술신용대출은 지난달에만 2조원 이상 불어나며 연중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첨단산업전략과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금융그룹들은 수십조원 규모 자금투입 계획을 잇달아 내놓는 등 적극 호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수 회복 지연과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이자 상환조차 버거운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과 부실 여신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은행 건전성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향후 5년간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에 100조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50조원은 국가전략산업과 유망 성장기업에 공급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 중소기업에도 14조원을 지원한다.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생산적 금융 계획을 발표한 우리금융도 80조원 가운데 73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투자한다.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대기업은 물론 협력 중견·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 산업 생태계 전반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KB·신한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도 내부적으로 생산적 금융 계획을 논의 중이다.

은행들의 기업금융 확대 드라이브 속에서 중소기업대출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7~9월에만 7조9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상반기 증가액(1조8578억원)의 3배를 넘어선다.

그중 기술력을 담보로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주는 기술신용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9월에는 2조2248억원 늘어나며 올해 들어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그간 은행들이 심사 강화 등을 이유로 기술신용대출 취급에 소극적이던 모습과 달리, 최근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와 가계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기술금융을 포함한 기업대출 취급에 적극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경기 둔화 속 부실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17.1%였다.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하면서 지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18%로 대기업(13.7%)보다 훨씬 높았다.

부실 기업 증가는 은행 건전성 부담으로 직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기업대출 무수익여신은 9조45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이자 상환조차 이뤄지지 않는 악성 채무다. 이 중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무수익여신은 7조4367억원으로 전체의 78.6%에 달한다. 전년보다 3.6%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사실상 중소기업대출의 부실화가 무수익여신 증가를 이끈 셈이다.

은행권은 신용평가 및 조기경보 모형을 고도화해 부실 차주에 대한 선제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재무제표 중심의 기존 신용위험평가에서 나아가, 부실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부실 징후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만큼, 일정 기간 재무성과 변동을 신용위험평가에 반영해 부실징후를 식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부실징후가 높은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경영정상화 기업에게는 회생을 유도하고, 한계기업은 퇴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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