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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 1위도 임대료에 ‘발목’…호텔신라, 인천국제공항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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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5. 09. 18. 18:58

"적자 감내 어려워" 운영권 반납
동병상련 신세계免 결정도 촉각
빈 자리, 외국 사업자에 기회 우려
"공항산업 수익구조 재검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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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호텔신라가 면세점 철수란 '초강수'를 뒀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1 권역 면세점 사업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이 무산되면서 적자를 감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인천공항 면세점 DF1 권역 운영권 반납을 의결했다. 이 권역은 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포함한 최대 매출 구역으로, 사실상 '알짜 구역'으로 불린다.

호텔신라는 이번 결정을 두고 "고객 객단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예상했던 매출 기반이 무너졌다"며 "10년 계약을 유지하기엔 과도한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수요가 회복되지 못했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화장품·주류 소비력이 급격히 위축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값 비싼 임대료가 발목을 잡았다. 인천공항은 지난 2023년 7월부터 임대료 체계를 여객 수 연동 방식으로 전환했다. 공항 이용객이 늘면 매출과 상관없이 임대료가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이용객은 3636만명으로 개항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뒷걸음질쳤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면세점 방문객은 전년 동월보다 7%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9.5% 줄었다. 돈은 못 버는데 내야하는 임대료만 치솟는 '역전 현상'이 고착화된 셈이다.

법원도 이런 불균형을 지적했다. 앞서 법원은 인천공항 측에 임대료를 25% 인하라는 강제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지난 16일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태국 등 해외 주요 공항도 여객 수 기반 인두세 방식을 쓰지만, 경기 충격 시 임대료를 깎아주는 보완 장치가 있다"며 "인천공항만 유독 '깎아주지 않는' 고집을 피운다"고 지적했다.

DF2 구역을 운영 중인 신세계 면세점도 적자를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만약 신세계마저 철수란 결정을 내릴 경우 인천공항은 수익 구조 재검토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신세계 관계자는 "철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다. 업계에선 "호텔신라가 나간다면 신세계도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앞으로 인천공항은 서둘러 호텔신라 빈자리를 채울 신규 사업자를 구해야 한다. 규정상 반납 이후 최대 6개월간은 기존 사업자가 유예 운영을 이어가야 하지만, 이후 공백이 생길 경우 공항 상업시설 전체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체 사업자 유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기업인 국내 빅3 면세점(롯데·신라·신세계)마저 공항 임대료 구조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 매장이 없는 현대와 롯데가 신규 입주자로 거론되지만, 막대한 임대료 구조가 그대로라면 선뜻 뛰어들기 어렵다. 결국 돈 많은 중국계 면세기업 등 외국 사업자만이 인천공항 면세 권역을 차지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인사는 "나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공항에, 외국계 기업으로만 가득찬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호텔신라의 철수는 코로나19 이후 간신히 회복세에 올라선 면세업계가 구조적 위기에 재직면했음을 보여준다. 호텔신라가 던진 '철수 카드'는 공항의 산업 생태계 균열을 일으킬 전망이다.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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