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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무경험자에 맡겨질 ‘국민 노후자금’ 900조…“무모한 실험”

투자 무경험자에 맡겨질 ‘국민 노후자금’ 900조…“무모한 실험”

기사승인 2021. 09. 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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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자체 규정 개정…無 경험자도 모집 가능
'국민 노후 직결' 기금 지속가능성 위협 주장도
국민연금 글로벌 기금관 전경사진
국민연금공단 글로벌 기금관 전경/제공=국민연금
국민연금공단이 국민 노후자금 900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 운용직에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을 선발하기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자체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기금 특성상 무리한 실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제3차 기금운용본부 신입직원 공개 모집에서 투자 실무 경력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동안 전문적인 기금 관리·운용을 위해 금융·자산운용 분야에 경력을 갖춘 이를 대상으로 선발해 왔지만, 지난 6월 자체 규정을 개정해 투자 경험이 없는 지원자도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의 업무가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이다. 잘못된 투자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이 보기 때문에 전문적인 경험은 필수로 손꼽힌다. 이를 의식한 듯 국민연금은 자체 직무현장훈련을 비롯해 인력양성 프로그램 등으로 전문가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연수 및 전문교육, 해외투자기관 근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내용을 보면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위해 바로 투입 가능한 적임자를 뽑겠다는 것이 아닌, 일단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해보고 이후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기금 적립금을 무경력자에 맡겨보겠다는 의미인데, 국민 노후자금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근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청와대 전 관계자가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2본부장으로 내정되면서 논란이 일었던 것과 같은 느낌”이라며 “그동안 기금 운용직은 다른 직군과 달리 국민 노후와 직결되는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직원을 뽑아왔던 것인데, 이런 채용이 유지되면 앞으로 기금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채용 조건이 정규직이 아닌 2년 후 재계약 조건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투자 업계 경력자들의 지원을 사실상 배제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근무 조건을 보면 2년 계약직 후 재계약 여부 평가로 돼 있다. 사실상 시장에서 인정받는 투자업계 관계자들 입장에서 보면 지원할 명분을 없앤 셈”이라며 “단기간 트레이닝으로 전북 전주시 이전 등으로 대거 이탈했던 경험 있는 운용직의 업무 수준을 대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이러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우수한 운용직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을 5년 이상 재직한 운용전문인력은 103명으로 전체 인력의 35.6%에 불과하다. 나머지 64.4%는 사실상 5년 이내에 기금운용본부에 합류한 운용직인 셈이다. 시기상 2017년 서울에서 전주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대거 인력 이탈의 영향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기준을 낮춘 채용보다는 지방 근무에 대한 인센티브 및 민간 수준 이상의 파격적인 처우가 뒷받침 돼야 향후 인력 이탈 없이,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기금의 안정적 운용과 투자 다변화 등을 고려해 보다 많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용문을 확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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