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농협, 저온 농축 거쳐 꿀 상품화
탄소동위원소비 측정해 사양꿀 판별
참여 농가 4.7%… 등급제 확대 추진
품질 관리 통해 한방 원료 활용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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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기 안성시 미양면에 위치한 한국양봉농협. 전국 지방정부 양봉 담당 공무원 15명이 천연꿀(아까시꿀·밤꿀·잡화꿀) 등급판정 절차를 견학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양봉농가에서 출하된 꿀이 보관된 창고를 시작으로 시료 분석 및 생산시설 등을 둘러봤다.
이날 오전 방문한 양봉농협은 '꿀 등급제' 참여업체(소분장) 겸 규격검사기관이다. 건물 외부 꿀 창고에 들어서자 농가에서 등급 판정을 신청한 꿀이 담긴 '스테인리스 드럼'이 빽빽이 보관돼 있었다. 드럼에는 고유 관리번호, 생산자, 밀원(꿀을 얻는 식물), 채밀지역, 입고일자 등 정보도 부착돼 있다.
길주애 축산물품질평가원 품질평가처 과장은 "꿀은 축산물이력제 대상이 아니지만 생산자, 생산 지역 등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며 "소비자 불신이 높은 품목인 만큼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꿀 등급제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창고에서는 시료 채취가 진행된다. 하얀 가운을 입고 시연에 나선 양봉농협 관계자는 드럼 마개를 열고 전용도구를 이용해 꿀을 2개 용기에 나눠 담았다. 해당 시료는 규격검사기관, 축평원으로 각각 전달돼 규격검사와 등급판정을 실시한다.
허미란 양봉농협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실제 채취는 축평원 직원 입회하에 진행되며 봉인 여부도 확인한다"며 "등급판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드럼은 개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봉농협 2층에 마련된 중앙연구소에서는 기기분석 등을 통해 꿀 규격을 검사한다. HMF(히드록시메틸푸르푸랄) 분석을 통해 신선도를 확인하는 등 규격검사 항목은 21개에 달한다. 특히 탄소동위원소비 측정을 통해 사양꿀도 판별한다. 사양꿀은 꿀벌에게 설탕물을 먹여 만든 것으로 꽃에서 채집해 생산한 천연꿀과는 차이가 있다.
규격검사에 합격한 꿀은 축평원에서 1+, 1, 2등급으로 판정한다. 결과 통보 후 꿀 등급판정 참여업체(소분장)에서는 등급판정 꿀에 대한 소분 작업을 진행한다. 양봉농협이 수매한 꿀의 경우 여과 후 펌프를 이용해 혼합탱크에 투입된다. 교반기를 통해 균질화하고, 하우징 필터(2차 여과)를 거쳐 농축탱크로 이동한다. 이후 저온 농축한 뒤 제품 용기에 옮겨 담는다. 완제품에는 육각형 등급마크와 함께 등급판정 꿀을 표시하는 라벨지가 부착된다.
꿀 등급제는 국산 천연꿀의 품질 차별성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지난 2014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3년 본격 도입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법 시행규칙 등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축평원을 사업수행기관으로 위임수탁했다. 제도 정착을 위해 등급판정 수수료는 현재 부과하지 않고 있다.
핵심 목적은 시장개방에 대응한 국산 꿀 산업 기반 유지다. 농식품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꿀 수입량은 2013년 689톤(t)에서 2020년 1006t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2562t을 기록하며 지속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베트남산의 경우 오는 2029년 관세 폐지도 앞두고 있다.
축평원은 꿀 등급제 참여 확대를 위해 관련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연계한 꿀 등급제 중심 지원사업에 대한 협의도 병행 중이다. 지난달 기준 등급판정 참여업체는 42곳, 규격검사기관은 3곳으로 각각 나타났다. 양봉농협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총 생산량 대비 등급판정 비율은 8.5%로 추정됐다. 농식품부 기타가축통계상 참여 농가는 2024년 기준 4.7% 수준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처도 지속 발굴, 등급꿀 활용 범위를 식품에서 제약 및 한약원료 등으로 확대 중이다. 일례로 한방 웰니스 기업 ㈜생활한방연구소가 운영 중인 바라기한약국에는 지난해 하반기 등급꿀을 원료로한 제품이 입점됐다.
박상철 바라기한약국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대표 한약사는 "한방 원료로서 일정한 효과를 내고,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품질이 관리된 등급꿀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력 추적이 가능하고, 특정 밀원에서 생산된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