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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적가치기본법, 이제는 제정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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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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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이정현 증명사진 1
이정현 명지대학교 교수
지난 50년간 우리나라가 이룬 경제적 성취에는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1960년대 초반 100달러 언저리에 머물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25년 3만 6855달러까지 높아졌고 올해는 4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1964년 1억달러였던 수출은 2025년 7천억달러를 넘어섰다. 2026년에는 미국·독일·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1조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출 100억달러, 국민소득 1000달러"의 구호가 나라 전체에 울러퍼지던 시절에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니던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변화다. 미개발국에서 중진국으로, 더 나아가 21세기 선진국으로의 지난 여정은 수출·국민소득·연봉·자산·주택 등 경제적 가치의 확장과 성취의 과정이었다.

그러한 경제적 가치의 실현과 성취에 비례해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과 삶의 질도 그만큼 좋아지고 개선됐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OECD 38개국 중 33위에 불과하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지난해 출산율 역시 0.8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울과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은 널리 퍼져있으며 외로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믿음과 공동체의식은 희박하다. 행복·안전·희망·공동체 등의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성취는 경제적 가치의 성취에 비견할 때 크게 미흡한 현실이다.

물론 그동안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복지·안전·환경·인권·일자리·지역균형 등 여러 사회적 가치들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많은 정부부처·지자체·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이 각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산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서로 연결되지 못하거나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소득과 경제성장 관련 경제적 가치 목표 달성에 치우치면서 사회적 가치의 증진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성장의 의미를 사회적 가치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때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성장이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는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한다는 하나의 목표 아래 함께 추구돼야 한다.

그 출발점이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가치기본법'이다. 이 법은 새로운 정책이나 규제를 하나 더 만드는 법이 아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의 삶과 안전·인권·환경·지역사회 등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고 지금까지 분야별로 추진해 온 노력을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이를 통해 부처와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사회적 가치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변화가 민간으로 확산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중앙부처·지자체·공기업 등 공공기관 각각이 자신들의 고유한 역할에 기초해 집중해야 할 사회적 가치들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회적 가치 증진을 위한 목표와 로드맵을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조직 내부의 논의와 조직 외부 이해관계자집단의 의견 청취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사회적가치 증진을 위한 다양한 성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공부문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본격화될 필요가 크다.

대한민국은 이제 성장의 시대를 넘어 성장의 성과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으로 이어지는지를 고민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얼마나 성장했는가'에서 '그 성장이 국민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했는가'로 질문을 넓혀야 한다.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가치가 함께 커지는 나라,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를 넘어 국민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체감하고 향유하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이제 '사회적가치기본법'을 제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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