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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에도 성장본능… 고려아연, 핵심광물·美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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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6. 09. 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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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30건 속에서도 투자 기조 지속
지난해 이어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
이차전지 소재·신재생 사업 다각화
74억달러 美 통합제련소 건설 계획
소송 30여 건, 총 74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미국 통합제련소 프로젝트, 1조3332억원의 반기 영업이익. 지난 2년간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고려아연을 설명하는 숫자들이다. 지분과 이사회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주주총회와 법정으로 번졌지만 그사이 회사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실적과 사업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최윤범 회장은 분쟁 이전부터 추진하던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이어가는 동시에 핵심광물과 미국 공급망으로 전략을 확장했다. 안티모니 대미 수출과 게르마늄·갈륨 투자, 배터리용 동박 공급, 반도체 황산 증설이 잇따랐고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테네시주 '프로젝트 크루서블'까지 꺼내 들며 사업 무대를 미국으로 넓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9월 시작된 분쟁은 이듬해 주주총회와 법정으로 옮겨갔다. 2025년 1월 열린 임시주총 결의를 둘러싼 취소 소송에 이어 3월 정기주총에서는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보유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 가처분 공방이 벌어졌다. 해당 사건은 올해 4월 대법원이 영풍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이 최종 승소했다. 지난해 말 영풍·MBK파트너스가 낸 프로젝트 크루서블 관련 신주발행금지 가처분도 기각됐다. 다만 임시·정기주총 결의 취소 소송 등 일부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업 전략의 출발점은 분쟁보다 앞선다. 최 회장은 2022년 12월 취임한 뒤 이듬해 창사 첫 인베스터데이에서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공개했다. 기존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자원순환과 이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를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당시 2033년 트로이카 드라이브 매출 12조2000억원, 연결 매출 25조3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분쟁 이후에는 핵심광물 사업에도 힘을 실었다. 고려아연은 희소금속 회수율을 높여 안티모니와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고부가 제품 생산을 늘리는 데 나섰다. 지난해 안티모니의 미국 직접 수출을 시작했고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업무협약을 맺은 뒤 게르마늄·갈륨 생산설비 투자도 추진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이차전지·자원순환 축도 사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자회사 케이잼은 올해 상반기 배터리용 동박을 처음 공급했다. 미국 페달포인트에서 확보한 2차원료를 온산제련소에서 친환경 동으로 만들고 케이잼이 동박으로 생산하는 자원순환 구조도 구체화됐다.

기존 제련사업 투자도 이어졌다. 구리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연 15만톤으로 늘리는 한편 지난달 반도체 황산 생산능력을 연 28만톤에서 32만톤으로 확대했다. 해당 증설은 2024년 8월 439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으로 시작됐다.

투자와 제품 다변화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실적도 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6조5879억원, 영업이익 1조2319억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2조4446억원, 영업이익 1조3332억원으로 반기 최대치를 다시 썼다. 금·은 가격 상승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 더해 제품군 확대와 유가금속 회수율 개선도 실적을 끌어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다음 무대는 미국이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통합제련소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설비투자 66억 달러, 운영자금과 금융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74억달러 규모다.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해 아연·연·동과 안티모니·인듐·게르마늄·갈륨 등 희소금속, 반도체 황산을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4월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인허가 신속처리 제도인 'FAST-41' 적용 대상으로 지정됐다.

경영권 분쟁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다만 2년 전과 비교하면 고려아연의 사업판은 한층 넓어졌다. 기존 제련사업을 기반으로 핵심광물과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미국 통합제련소까지 진출 범위를 키웠다. 이제 최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커진 몸집과 늘어난 투자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해 성장 전략을 입증하는 일이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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