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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제한했던 공공공지에 9000만원 산책로…양산시 행정 일관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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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9. 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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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앞 완충녹지형 공공공지에 통행로 3~4곳 추진
법원은 과거 펜스 설치 정당성 인정, 펜스 철거자 형사처벌까지
市 “통행로 아닌 산책로, 훼손 복구·갈등 완화 목적” 해명
사진 3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인근 완충녹지형 공공공지에 인접 상가로 이어지는 샛길이 나 있다. 양산시는 이곳에 사업비 9000만원을 들여 산책로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이철우 기자
경남 양산시가 과거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했던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앞 완충녹지형 공공공지에 사업비 9000만원을 들여 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어서 행정의 일관성과 예산 투입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이 이곳에 설치된 펜스와 출입 제한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펜스를 임의로 철거한 상가 관계자들이 형사재판에서 벌금형까지 선고받은 상황에서 양산시가 시민 이용을 위한 길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산책로의 위치와 형태에 따라 인접 상가를 오가는 사실상의 통행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양산시는 물금읍 범어리 2698-15 일원 '제36호 공공공지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9월 추가경정예산안에 사업비 9000만원을 편성했다.

시는 공공공지에 야자매트를 깔아 내부를 가로지르는 산책 동선 3~4곳을 조성하고 안내판과 경관조명을 설치할 계획이다. 훼손된 조경을 복구하고 보완 식재도 진행한다.

이 공공공지는 LH가 2007년 12월 전체 면적 1586㎡, 길이 약 160m 규모로 조성한 도시계획시설이다. 양산부산대병원 맞은편 도로와 약국·상가 건물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 양산시가 관리하고 있다.

관련 민사판결에서 법원은 이곳이 일반적인 보행자 통행이나 주민 휴식을 위한 공간과 달리 인접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매연을 줄이고 경관을 유지하기 위한 완충녹지형 공공공지의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양산시는 공공공지 훼손과 무단 통행을 막기 위해 사업시행자인 LH에 길이 160m, 높이 0.9m의 철제 펜스 설치를 요청했다. 이에 인근 건물주와 약사들은 펜스 설치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진·출입 제한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양산시를 상대로 약 9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펜스 설치와 출입 제한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양산시의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단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공공공지에 설치된 펜스를 임의로 철거한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도 이어졌다. 2018년 11월 인근 약사와 건물주 등 9명은 펜스를 철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울산지방법원에서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양산시는 2019년에도 약 1억원을 들여 이곳의 환경개선사업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펜스를 대신할 수벽이나 나무벽을 설치해 공공공지 훼손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의회의 예산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사업은 조경석과 연산홍을 설치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고 수벽과 나무벽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훼손과 복구가 반복된 끝에 이번에는 양산시가 직접 공공공지에 산책로를 조성하는 내용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명칭은 산책로지만 조성 위치와 출입 방향에 따라 인접 도로와 상가를 연결하는 통행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반대 주민들의 주장이다.

다만 과거 판결이 현재 추진되는 산책로 조성까지 금지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시 소송은 펜스 설치와 출입 제한, 이에 따른 양산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산책로 설치의 적법성은 해당 공공공지의 도시계획시설 결정 내용과 실제 설계,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기준으로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시 도시녹화팀장은 "통행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훼손된 공공공지를 복구하고 보완 식재와 경관조명 등을 통해 시설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또 통행로와 산책로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통행로는 도로와 도로를 연결하는 길이지만 산책로는 공공공지 내부에 설치되는 시설"이라며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공공공지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산시는 관련 소송 네 건에서 모두 승소해 그동안의 관리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았다"며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시의회에 설명하고 예산 심의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주민과 일부 상가 관계자들은 기존 관리 방침과 이번 사업 사이에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법원은 당시 펜스 설치와 출입 제한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고 펜스를 철거한 사람들은 형사재판에서 벌금형까지 선고받았다"며 "같은 장소에 9000만원을 들여 산책로를 설치하려면 기존 방침을 변경한 이유와 사업의 필요성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랜 기간 소송과 펜스 철거, 공공공지 훼손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다"며 "이번 사업이 시민 전체를 위한 것인지, 산책로 설치로 실질적인 편익을 얻는 대상은 누구인지 시의회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이 진행될 경우 상급기관 감사 청구와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사업이 강행되면 상급기관 감사 청구와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 담당 공무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도 묻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통해 출입 제한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던 양산시가 같은 장소에 '산책로'를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 사업의 법적 근거와 공공성·수혜 대상을 둘러싼 논란은 시의회 추경예산 심의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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