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온·삼성SDI 대체 공급 기대…소재·장비 규제 확대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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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로이터에 따르면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CATL·BYD·지리와의 사업 관계를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더피 장관은 특히 포드가 CATL의 기술을 도입해 건설한 미시간주 마셜 배터리공장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는 링컨 노틸러스를 국가안보 문제로 지목했다.
포드는 마셜공장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모두 자사가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다고 반박했다. 해당 공장은 CATL이 지분을 투자하거나 직접 운영하지 않고, 포드가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을 사용하고 기술료를 지급하는 라이선스 방식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20기가와트시(GWh)로 계획됐다.
현재까지 포드와 CATL의 계약 해지나 연방정부의 보조금 회수, 차량 인증 제한 등 강제조치가 결정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지분이 없는 기술 라이선스 구조까지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규제의 무게중심이 '중국산 제품'에서 '중국 기술'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계속되면 한국 기업의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는 배터리뿐 아니라 커넥티드카 등 중국 기업의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며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은 한국과 중국 업체가 대표적인 만큼 중국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면 한국 기업이 얻는 반사이익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시장을 중국·유럽·북미 등으로 구분할 때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면 좋은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용 배터리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한국 기업들과 일본 파나소닉 정도로 좁혀진다"며 "미국 기업과 중국 배터리업체의 협력에 제동이 걸린다면 중국 외 배터리업체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의 진입 제한이 국내 기업에 주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미국 현지공장의 가동률 개선이다. 완성차업체가 CATL의 배터리나 기술을 활용하기 어려워지면 이미 미국에 생산설비를 갖춘 한국 기업과 추가 공급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계약 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률이 오르면 고정비 부담이 줄어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내 3사는 미국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공장과 지난 8월 생산을 시작한 랜싱공장을 직접 운영한다. 랜싱공장은 연산 35GWh 이상을 목표로 LFP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와 도요타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와 함께 GM과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및 테네시주 스프링힐, 혼다와 오하이오주 제퍼슨빌, 현대자동차그룹과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합작 생산거점을 운영하거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의 조지아공장은 연산 30GWh, 혼다 합작공장은 약 40GWh 규모로 설계됐다.
SK온은 조지아주 커머스에 약 22GWh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세운 조지아주 바토카운티 합작공장은 총 50억달러가 투입됐으며 완전 가동 시 연산 35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포드와 설립했던 블루오벌SK의 지배구조는 최근 재편됐다. SK온은 테네시공장을 단독 소유하고, 포드가 켄터키주 공장 2곳을 넘겨받았다. 따라서 기존 'SK온의 켄터키공장'이라는 표현은 현재 기준으로 맞지 않는다. SK온은 포드와의 합작법인 해체 이후에도 배터리 공급 등 전략적 협력은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설립한 스타플러스에너지를 통해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배터리공장 2곳을 구축하고 있다. 두 공장의 목표 생산능력은 합계 64GWh다.
삼성SDI는 또 지난달 GM이 보유했던 인디애나주 뉴칼라일공장 합작법인 지분 49.99%를 인수했다. 북미 첫 단독 생산거점이 된 이 공장은 당초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목적으로 건설됐지만, 삼성SDI는 미국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ESS용 배터리를 생산할 방침이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로 국내 기업들이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의 사업 제한은 전기차뿐 아니라 ESS 시장에서도 수주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중국 업체의 물량이 곧바로 국내 기업에 넘어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CATL이 강점을 가진 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의 주력 제품이었던 니켈·코발트·망간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낮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서 LFP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지만 가격과 양산 경험 측면에서 CATL을 즉시 대체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규제 범위가 기술료나 중국 기업의 데이터·원격접근권을 넘어 중국산 생산장비와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로 확대되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국내 배터리업체 역시 일부 핵심 소재와 장비를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다수 관계자들은 "단순히 중국 기업이 배제됐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기업의 수혜를 말하기보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는 기준이 지분인지, 기술 라이선스인지, 데이터 접근권이나 소재·장비 의존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