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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병 수당이 북한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기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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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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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전 고려대 교수
우리 군 정보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2024년 10월 이후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전투병 1만5000여 명, 공병·건설병 6000여 명을 파병했고, 이 중 6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은 152㎜ 단일 포탄으로 환산하면 1500만발 이상이다. 그 반대급부로 북한은 파병군 1인당 매월 2000달러 상당의 파병 수당을 받고, 러시아로부터 식량 및 석유 공급 등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러시아에 병력과 군수품을 제공해 반대급부로 받은 현금과 물품은 77억~144억 달러라고 한다. 김정은이 파병과 군수품 수출로 집권 15년 만에 가장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물론 북-러 밀착으로 북한이 얻은 반대급부는 경제적 성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방공·전자전 장비 등의 첨단 군사기술 이전과 함께 전장에서 사용된 북한산 미사일의 실전 데이터를 확보해 미사일 성능 개량을 위한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노골적 비호(庇護)로 북한은 러시아 극동 항구를 석유공급 창구(기지)로 활용하고, 제재 대상 금융기관의 거래 지원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망을 우회할 수 있는 통로도 얻었다. 러시아가 2024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북한 비핵화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도 비호의 방증이다. 이처럼 러시아 파병은 김정은에게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군사안보·외교적 성과도 안겨주었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관행적으로 해외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절대 권력의 통치 자금으로 귀속시켰다. 이 관행은 김정은 시대에도 예외 없이 지켜지고 있다. 우리 정보당국에 의하면 2000달러 파병 수당 중 1500~1600달러가 통치 자금으로 귀속된다고 한다. 이는 통치 자금이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자금으로 활용되기보다 핵·미사일 고도화와 체제안정자금으로 악용된다는 뜻이다.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핵·미시일 고도화에 자원을 집중하면, '먹고사는 문제'에 쓸 재원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극단적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이 장기간 지속됐다. 그 결과 북한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될 수 없었다. 결국 파병으로 천문학적 수당이 북한에 유입되어도 북한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주민의 희생과 고통은 가중됐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북한은 김일성 시절부터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을 80여 년 시도했지만 실패한 까닭은 체제의 비효율성 때문이다. 이에 더해 북한의 군사력 우선 정책과 (지역) 균형발전 전략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북한의 군사력 강화 노선은 김일성의 군산 병진정책, 김정일의 군사강국,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자원배분의 극단적 왜곡을 초래했다. 그리고 균형발전 정책은 시·군 단위의 자립적 발전과 자력갱생으로 지방 공업과 농업의 병행 발전을 도모하는 이상적 발전 모형이지만 극심한 자원배분 왜곡과 자원 부족의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모형이다.

김정은도 2012년 권좌에 오른 직후 허약한 통치 기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먹고사는 문제'를 들고나왔지만 허사였다. 김정은은 2013년 핵·경제 병진 정책과 19개 지역을 개방하는 경제개발구로 지정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자원배분의 왜곡과 극심한 자원 부족 상황에서 경제개발구 지정해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무리였다. 북한 언론 매체는 2024년부터 어떤 변명도 없이 경제개발구정책을 '지방발전 20×10 정책'으로 대체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이란 매년 20개 시·군에 지방공업공장을 10년 동안 건설해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정책은 균형발전 지향이라는 점은 같지만 '20×10 정책'이 시차를 둔 점은 다르다. 설사 '20×10 정책'도 공장이 완공됐더라도 전기, 원자재, 인력, 판매시장 등 인프라가 전혀 구비되지 않았는데 과거의 실패 모형을 다시 시도한 것은 문제다.

이에 반해 1978년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점(點)-선(線)-면(面)의 발전 모형을 채택했다. 이 모형은 부족한 자원을 일정한 지역(點)에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에 집중투자하고, 그 경제적 성과를 인근 지역((線)과 여타 산업에 확산하고, 확산효과를 여타 지역(面)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 모형은 부족한 재원을 특정산업과 지역에 집중 투자해 발전을 도모하는 일종의 불균형발전 모형이다.

중국의 점-선-면의 모형은 북한경제에 큰 시사점을 준다. 북한이 매년 20곳을 선택해 균형발전의 허상을 매달릴 게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높은 1~2곳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지난 80여 년 북한이 고집해 온 잘못된 균형발전 모형을 과감히 포기하고, 발전 초기에 소득분배 불균형의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종의 성장통(成長痛)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파병 수당이 경제발전으로 이어져 북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도움이 되려면, 두 개의 허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김정은이 파병으로 얻은 풍부한 자금을 핵·미사일 고도화나 통치 자금으로 쓰기보다는 경제발전에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균형발전 전략보다는 현실적인 중국식 점-선-면 불균형발전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그런 방향을 취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는 없는 것일까.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전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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