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현행 법 체계대로 과세를 시행할 경우 거래 유형별 소득 구분, 다른 금융투자 상품과의 과세 형평성, 국세청의 과세 인프라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정합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 방식은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간 250만원을 기본공제한 뒤 초과분에 20%의 세율을 적용하며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하면 실효세율은 22%다. 납세자는 투자로 발생한 소득을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직접 신고·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 산정 방법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단순히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것 외에도 채굴, 스테이킹, 랜딩, 예치, 유동성 공급,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각각의 거래 형태에서 발생한 소득을 어떤 유형으로 분류할지, 어느 시점을 과세 시점으로 판단할지 등 세부적인 기준은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예컨대 매매나 교환으로 발생하는 차익은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처분손익이라는 점에서 양도소득에 가깝지만, 랜딩이나 예치에 따른 보상은 이자소득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스테이킹이나 유동성 공급 역시 거래 구조에 따라 소득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박 회장은 "가상자산이라는 하나의 자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거래 유형별로 경제적 실질에 맞는 소득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상자산의 기타소득 분류는 당시 회계상 자산 분류에서 출발해 경제적 실질성이 미흡하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교수는 "2020년 가상자산 과세 당시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배경에는 2019년 국제회계기준상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가상자산이 무형자산이라는 회계상 분류에서 출발해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연결됐지만, 오늘날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이 전형적인 무형자산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반복적인 거래가 일반적이어서 전형적인 자본이득의 성격이 강하다"며 "기타소득으로 일괄 분류하고 있는 현행 체계를 먼저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금융상품과의 형평성 또한 맞지 않는다.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면서 국내 상장주식의 소액주주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과세되지 않는 반면, 가상자산은 투자 금액와 관계없이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세금이 부과된다. 또한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 간 세제 차이도 발생한다. 해외 가상자산 ETF에 투자해 얻은 수익은 해외주식 양도소득으로 과세되는 반면, 동일한 기초자산을 직접 거래할 경우 가상자산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기초자산의 경제적 성격이 유사하더라도 투자 방식과 자산 분류에 따라 적용되는 세제가 달라지는 셈이다. 손실을 향후 이익에서 공제할 수 있는 '이월공제' 역시 주요 쟁점이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특정 연도에 큰 수익과 손실이 반복될 수 있지만, 현행 과세 체계에서는 손실을 이후 이익과 상계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 특히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일정 범위에서 기간 간 손익 조정을 허용하고 있으며, 일본도 2026년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암호자산 거래를 양도소득으로 분류하고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박 회장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수익 실현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해 손실을 기간 간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세 인프라 구축도 시행 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행 제도는 가상자산 취득가액을 거주자별 총평균법으로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여러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동시에 이용할 경우 각각의 거래 내역을 하나로 통합해 취득 시기와 취득가액을 추적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거래소에서 개인지갑으로 자산을 옮긴 뒤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금융(DeFi)을 이용하는 경우 거래 흐름을 파악하기가 더욱 복잡해진다. 단순히 국내 거래소의 거래자료만으로는 전체 취득·처분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국내 사업자 간 가상자산 이전 시 취득가액 정보까지 함께 이전할 수 있도록 표준 서식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거래소에서 취득한 자산은 납세자가 객관적인 거래자료를 제출하고 이를 국내 과세 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이미 여러 차례 연기됐다는 점도 제도 정비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현행 과세 체계가 마련된 2020년과 현재의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 방식과 제도적 환경 모두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제정되고 가상자산 기본법 논의가 진행되는 등 제도적·경제적 환경이 달라진 만큼 2020년 당시의 소득 분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